[기고]빅히트 혁신상품 탄생을 위해

샤오미, 발뮤다, DJI, 다이슨.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혁신 아이디어로 고객의 사용 경험을 지속 반영해서 마침내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 기업이라는 점이다.

많은 국내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전자제품 생산국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생산 증가가 주요인이지만 전자 완제품의 국내 생산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국내 제조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임호기상무
임호기상무

연간 수천개의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전자제품 또는 IT융합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3년 넘도록 오랜 고생 끝에 시제품까지 만들어 놓고도 어려움을 겪는다. 첫 생산, 즉 수백대에서 수천대 규모의 초도 생산을 해 주는 곳이 국내에는 없어서 중국 선전 등지에 제조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TV,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소기업 혁신 제품의 성공이 부족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성공적인 소형 스마트 제품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초기 제품 출시 이후 반복적인 성능 개선을 통해 버전업이 된다. 둘째 비교적 저가이고, 빠른 시장 출시를 기반으로 한다. 셋째 사용자 경험을 제품에 적극 반영한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서 스타트업과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전자제품 한 개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회로 설계, 아트워크, 부품 선정, 표면 실장, 기구물 제작, 조립, 펌웨어 개발 등 소프트웨어(SW)나 콘텐츠 개발에 비해 다양한 인력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물론 이에 따른 기간과 개발비용도 많이 소모된다.

그러나 성공한 제품의 첫 번째 조건인 버전업조차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이다. 위탁업체에 턴키 방식으로 개발을 의뢰했을 경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약간의 설계 변경만 해도 위탁기업에서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샘플 제작, 초도양산조차 선뜻 해 주는 기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두 번째 조건인 빠른 시장 출시는 빠른 제조가 전제돼야 하고, 가능한 한 위탁 생산기업을 만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초도 생산 물량으로 500~5000개를 위탁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제조기업을 국내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초소량 생산은 수익성이 없어서 제조기업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조건인 소비자 사용 경험을 통한 기능·성능 변경은 제품 재제작에 반영돼야 한다. 설계·개발·제조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계 가능한 플랫폼 없이는 막연하고 어렵기만 하다.

중국 선전 지역은 설계, 개발, 제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세 가지 프로세스가 집적화돼 있어서 빠르고, 쉽고, 저렴하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선전이다. 이 때문에 창업자와 엔지니어들이 모여들고, 설계·개발·제조가 한 곳에서 해결된다. 그곳에서 체화적 지식이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혁신제품이 탄생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세계적으로 창업과 기술은 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곳에서 혁신제품이 탄생한다. 최근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아이디어 신상품의 초소량 제조를 지원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마련됐다. 전자제품이나 융합 신제품을 제조하려는 스타트업과 주변 소상공인들이 활용해서 소비자 피드백을 거쳐 대량생산으로 이어지고 수출까지 활성화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임호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무 sky@go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