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에 따른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 등 큰 변화 흐름이 복합적으로 다가오면서 우리의 삶과 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발하는 초개인화 현상, 비대면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는 삶의 변화를 더욱더 가속화하고 있다. 이 중에는 코로나19처럼 예측도 어렵고 충격도 큰 '블랙스완' 같은 변화가 있는 반면에 저출산·초고령화처럼 모두가 예측하지만 마땅한 해법은 부족한 '그레이스완'도 있다.
그렇다면 국토교통부가 주목하는 변화의 흐름은 무엇일까. 우선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미래 모빌리티 혁명을 들 수 있다. 2019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이래 전 세계적으로 특허 건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자율주행차로 나타났다. 이어서 전기차, 지능형 교통체계 등 모빌리티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는 모빌리티 혁명에 맞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기 위해 다각도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올해 비상상황 외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3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2027년에는 사실상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출시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던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인 도심항공교통(UAM)의 2025년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모빌리티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기존 제도와 인프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특별법 제정 등 다양한 제도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국토교통(건물·수송) 부문은 우리나라 탄소 총 배출량의 약 21%를 차지할 정도로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에 핵심 분야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12월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올해를 로드맵 이행의 원년으로 삼아 국민의 생활터전이 되는 모든 공간과 이동수단의 탄소중립화를 해 나갈 예정이다. 우선 탄소배출의 약 7.2%를 차지하는 건물 분야는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화, 기축 건물의 그린리모델링을 지원해 건물의 탄소중립 성능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성능, 사용량 등 모든 건물의 성능 정보를 통합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다. 탄소배출량의 약 14%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내연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친환경차 중심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에는 탄소감축 효과가 큰 사업용 차량의 우선 전환을 추진한다. 교통은 국민의 행동 양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알뜰교통카드와 같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 저감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 수단도 적극 발굴하고자 한다.
자동차 등장이 마찻길 중심이던 미국, 유럽 등 도시 인프라를 완전히 바꾸고, 넓어진 활동 반경으로 도시 외연이 확장된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의 변화는 도시환경 변화와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메가트렌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공간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도시 확대와 성장을 기본 패러다임으로 하는 현행 도시계획 체계는 주거, 산업, 상업 등 입지 분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다양한 기능을 융합하고자 하는 현재 흐름에 대응하기에는 경직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주거와 업무 이원화는 원거리 통근을 유발해 탈탄소화 흐름에도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다양한 기능을 복합화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는 '콤팩트+네트워크 도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적합한 도시계획 체계에 대해 전문가 의견 수렴과 국민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국토교통 산업 혁신의 결과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로 진출해 우리 경제 영토가 넓어질 수 있도록 정책금융, 민관합동 수주지원체계(Team Korea) 구성, 공적개발원조(ODA) 등 입체적인 지원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1876년에 발명된 전화기는 가격이 비싸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독감 위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 전화기 이용이 획기적으로 확산됐다. 또 14세기 페스트로 인한 노동력 급감현상이 봉건제 붕괴의 큰 원인이 됐던 것처럼 스페인 독감은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기회는 항상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 도출되고 꽃을 피운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에 국토교통부가 그 중심에 서겠다.
〈필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행시 30회로 입직해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까지 지낸 정통 관료다.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 복지노동예산과장 등 예산 분야 길을 걸으며 기획·예산통으로도 불렸다. 예산실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치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갈등 양상에서 탁월한 조정 능력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획재정부에서는 노조가 매년 선정하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번 뽑혀 명예의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정부 신뢰가 땅에 떨어졌던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의 세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으로 대표되는 2·4대책 등 주택 공급 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 건설 안전, 교통 혁신과 갈등 조정 등 굵직한 현안을 풀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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