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개막한 MWC22 바르셀로나에 참가한 글로벌 이동통신사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전통산업, 일상생활을 바꾸는 '혁신 촉매제'로 진화시킨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메타버스에서부터 서빙 로봇, 드론 물류 자동화, 스마트홈 등 5G 기반 혁신 서비스가 개념설계 단계를 넘어, 상용화 궤도에 안착했다. 글로벌 모바일 산업은 벌써 6세대(6G) 이동통신을 준비하기 위한 기술 준비에도 여념이 없었다.
◇혁신 촉매제 된 5G
주요 글로벌 이통사는 MWC22에서 혁신 촉매제로서 5G 역할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MWC 메인인 3번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나타나는 SK텔레콤 부스는 전시장 입구에 '4D 메타버스'를 설치했다. 도시와 우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도심항공교통(UAM) 미래상을 로봇팔과 가상현실(VR)을 접목해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반대편에 마련된 '점프스튜디오'에서는 가수 제이미가 3차원 공간에서 춤을 추고 혼합현실(MR)을 이용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춤을 배울 수 있었다.
SK텔레콤이 올해 핵심 테마로 내세운 메타버스는 5G가 기반이 된다. 데이터를 초저지연 성능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실어나르며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등 가상세계를 창출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오랑쥬는 5G 초저지연 성능을 응용한 서비스로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르셀로나 전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파리에 있는 RC카를 모니터를 보며 조종하는 체험을 제공했다. 5G의 0.017초대 초저지연 성능 덕분에 바로 눈앞에서 RC카를 조종하는 것처럼 생생한 체험이 가능했다. 노틀담 대성당을 VR로 체험해 현장감을 높이며 교육콘텐츠를 제공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 텔리포니카의 메타버스는 기대를 충족하진 못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텔리포니카 전시공간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 품목의 전반적인 그래픽과 구성은 국내 이통사에 미치지 못했다.
◇로봇·AI 전성시대
KT는 인공지능(AI)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방역로봇이 소독을 하고 있다.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 콘셉트의 직원들은 AIoT 전동휠체어를 소개했다. AI를 적용해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이용자 건강 상태를 분석한다.
메타버스와 AI를 접목한 '리얼댄스'도 인상적이다. 이용자가 모니터를 보고 춤을 추면, 정확한 동작을 AI가 분석해 잘 춘 구간과 그렇지 못한 구간을 알려주고 소모된 칼로리까지 표시해줬다. KT가 자체 개발한 AI기반 네트워크 분석솔루션 'AI NQI'도 글로벌 통신사 관심을 끌었다.
텔리포니카는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시관 중앙에 위치한 로봇 바 맨은 버튼을 누르자 맥주를 정확하게 따라서 손님에게 대접한다. 5G와 드론을 접목한 신개념 물류 서비스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시연했다. AR 커튼으로 상자를 가리자 커튼 위에 각종 물류와 관련된 정보가 표시된다. AI가 물류 종류, 무게 부피 등을 인식해 컨베이어벨트로 보내면 로봇이 배송지를 분류해 물류를 옮겨다 놓는다. 이후에는 드론이 물류를 배달하는 방식이다. 모든 과정에는 기기를 정확하게 제어하기 위한 5G와 AI 기술이 기반이 됐다. 물류 이외에도 생산 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기대된다.
◇오픈랜 등 네트워크 미래 제시
글로벌 이통사는 5G 이후 기술진화 비전도 제시했다. '오픈랜'과 '친환경' 네트워크는 단연 핵심 화두였다. 도이체텔레콤 브랜드인 T모바일은 인텔과 협력한 '플렉스랜(FLEXRAN)' 기술을 소개했다. 플렉스랜은 네트워크가 지능적으로 전력 소모량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5G 핵심 기능인 다중입출력안테나를 항상 이용자 트래픽이 적은 곳에서는 단일 안테나만 사용하고 트래픽이 몰리는 곳에서는 다수 안테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네트워크 과부하와 전력 소모를 줄인다. T모바일은 '홈 OS'도 전시했다. 특정 제조사에 구애받지 않도록 이통사가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제공, TV로 한눈에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다.
T모바일은 프라운하퍼 연구소 등 10여개 이상 기업·연구기관과 오픈랜 표준기술을 개발한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해놓고 있었다. SK텔레콤, 브이엠웨어, 델,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오픈랜 기술을 설명하고 네트워크 장비를 시연하는 등 오픈랜이 글로벌 시장 새로운 대세로 부상하는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통사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이통사의 경우 3년간 휴식기간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대로 준비하고자 하는 고민이 느껴졌다”며 “한국에서도 적용할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MWC특별취재팀=박지성팀장·박정은기자(바르셀로나),정예린기자(서울)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