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를 더 이상 통신회사로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KT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 삶을 변화시키는 회사,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는 회사가 지향점입니다. 앞으로 KT의 T는 코리아 텔레콤이 아닌 코리아 테크놀로지 또는 코리아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불리겠습니다.”
구현모 KT 대표는 2일(현지시간) MWC22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진화 방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구 대표는 “2년 전 최고경영자(CEO 취임 당시 연 매출 15조원으로 정체됐던 통신시장을 넘어 KT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는 게 화두였다”며 “새롭게 다가오는 디지털 전환(DX) 시장과 기업고객(B2B)에 집중한 선택의 결과는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MWC22를 참관한 결과 화웨이를 비롯해 주요 글로벌 기업이 B2B를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고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KT의 핵심 신성장 분야로 △AI·DX △미디어·콘텐츠 △금융을 지목하며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했다.
AI·DX 분야에서는 310만 기가지니 가입자, IDC·클라우드 사업의 3년간 연평균 17% 성장 등이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AI콘택트센터(AICC) 역시 안정적 성능을 바탕으로 금융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는 KT 스튜디오지니를 콘텐츠 컨트롤타워로 두고 원천 지식재산권(IP)부터 제작, 유통, 연구개발(R&D)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완성했다. 국내 콘텐츠 유통에 그치지 않고 넷플릭스에도 공급을 노릴 만큼 사업 지평을 확장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케이뱅크 증자 성공과 2021년 흑자전환을 대표 성과로 제시했다.
구 대표는 “디지코 사업에 주력한 결과 텔코(통신) B2C 매출이 60%, 나머지 B2B 또는 디지코에서 나는 매출이 40%로, 통신회사라고 하기에는 충분하게 설명이 안 될 정도가 됐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KT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자산, 역량, 고객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이라며 “기존 통신인프라를 넘어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미디어금융 플랫폼이 회사의 핵심자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구조와 관련, 구 대표는 “앞으로 사업은 여러 개에 손을 대기보다는 똘똘한 아이템을 잡아서 선택과 집중으로 이익을 내는 성장을 하겠다”며 “지난해 4400억원 성장하는 과정에서 돈이 안 되는 사업 900억원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IDC, 스튜디오 지니와 같이 잘되는 분야는 '스핀오프(분사)'를 통해 개별기업으로 역량을 키워줄 방침이다. KT 스핀오프 사례는 글로벌 통신사 주목을 받았다.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인수와 HCN 등 인수로 포트폴리오를 어느 정도 완성한 만큼 올해에는 인수합병보다는 역량 있는 기업과 사업 제휴에 주력할 방침을 시사했다.
구 대표는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존 통신 마인드로 외국에서 사업권을 얻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전통적 방법은 이미 15년 전에 끝났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글로벌 유력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제휴 동맹을 맺는 등 디지털 전환에 발맞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바르셀로나(스페인)=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