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넷플릭스 등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초대형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망 투자 비용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MWC22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사회를 열고 거대 CP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세계 통신사업자 단체에서 공정한 망 투자 재원 확보와 관련한 입장 정리는 처음이다.
GSMA 이사회 산하 폴리시(정책) 그룹은 △초대형CP의 망 이용대가 직접 요구 △글로벌CP 보편기금 기여 △통신사의 글로벌CP 수준의 규제 자율화 등 3개 방안을 연구해 이사회에 선택을 제안했다. GSMA 이사회는 글로벌CP 보편기금 기여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로 승인했다. GSMA 이사인 구현모 KT 대표는 “글로벌 CP가 망 투자에 나서면 그만큼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를 만들고 글로벌CP가 돈을 내는 형태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촉발된 망 이용대가 공정화 논의가 미국통신사업자연합회, 유럽 13개 통신사 공동성명 등을 거쳐 세계 통신사 공동 대응으로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약 40%를 차지하면서도 강력한 콘텐츠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에 대해 개별 통신사 차원 협상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반영됐다.
'펀드를 통한 망 투자 분담 요구'라는 정책 방안까지 제시하면서 망 이용대가 공정화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ICT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방송통신 발전기금)을 개편해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외 CP에게 공정하게 기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구 대표는 “보고서 승인은 GSMA의 공식 입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각국에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기금 조성 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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