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첨단산업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반도체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에서 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걸쳐 기술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술 인력 수급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부족률이 1.6%로 나타났다. 중소, 중견 기업일수록 기술 수행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하다. 시스템 반도체 선진화를 위한 첫걸음인 인력 생태계 형성이 난관에 직면했다.
이차전지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배터리 산업을 다루는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기존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고 다시 재배치하는 등 윗돌 빼 아랫돌 괴는 실정이다.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이 이차전지 분야에 배치되는 사례도 많다. 디스플레이 현장에서는 인력 이탈이 자주 발생하는 데 따른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 발전과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를 인력 확보에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적으로 인력 모시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우리도 우수 인력이 지속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제조 기술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 전통적 기술 제조업 조선업계 인력 부족 사태를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한때 20만명에 육박했던 인력이 지금은 절반 이하로 반토막 났다. 국내 인력의 해외 이탈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일감이 늘었지만 부족한 국내 조선 인력을 해외 인력이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만 8000명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 첨단 산업 육성의 관건은 어떻게 우수 인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수도권 학과 정원을 풀거나 지방 대학에 국책 연구개발 과제 비용을 지원하면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계약 학과를 추가로 개설해서 산학협력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생산 거점이 해외에 있다 해도 우수 인력은 국내로 모여야 한다. 글로벌 우수 인력 도입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력 도입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적 자원이 있어야 기술 발전이 실현된다. 최근 만난 반도체 중소사 관계자는 회사 경쟁력은 자신 있지만 기술 개발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인재 유치를 위한 외부 홍보에 사활을 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국내 기술 기업 전반 인력 확보를 위한 인력 유인책뿐만 아니라 학과 정원 철폐와 같은 극약처방도 필요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분야에서 시장 수요가 열린 지금이 적기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술 기반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정부 차원의 각 분야에 대한 효과적인 인력 지원책 물꼬를 터 줘야 한다. 사람이 없어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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