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5년 앞선 장비 만들겠다"

매년 500억원 규모 R&D 투입
제조사 양산 요구 전 기술 확보
국내 반도체 장비 경쟁력 강화
태양전지·디스플레이 분야도 개척

주성엔지니어링이 연구개발(R&D) 투자부터 인재 채용까지 전방위 혁신 전략을 수립했다. 반도체 제조사보다 앞선 기술 개발로 첨단 공정 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게 골자다. 고졸과 인문사회계열 출신 인재를 R&D에 투입하는 파격적 행보에도 나섰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혁신 의지가 담겼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황 회장은 최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주성엔지니어링 R&D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주성엔지니어링 R&D는 반도체 제조사보다 5년 정도 앞서 가야 한다”며 “주요 반도체 고객사 R&D 공정에서 주성엔지니어링 장비가 활용될 수 있도록 선행 기술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는 제조사 양산 요구에 따라 개발·상용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비 투자에 맞춰 장비를 제조하다 보니 장비사는 반도체 제조사 대비 선행 기술 확보 속도가 늦다. 황 회장은 이 같은 관행이 국내 반도체 장비 경쟁력 강화와 세계화에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사가 첨단 기술 연구를 할 때 쓸 수 있는 반도체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의 기술 개발 철학은 주성엔지니어링 R&D 현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R&D에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5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입했다. 지난해도 예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집행했다. R&D 관련 설비 투자를 포함하면 창사 이래 누적 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실적에 따라 매출 대비 R&D 비중이 44%에 달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기업 혁신은 결국 기술밖에 없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차별화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 센터 내부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 센터 내부

주성엔지니어링의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혁신은 현재진행형이다. 회사는 2004년 태양전지 제조장비 개발에 착수한 후 R&D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양산 장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N타입 단결정 이종접합기술(HJT) 태양전지 발전전환효율 25.15%를 기록했다. 유럽 태양광 셀 제조업체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500억원에 가까운 장비를 수주했다. 황 회장은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태양광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다. 중국 저가 공세 속에서도 기술 차별화에 성공하면 충분한 시장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황 회장의 생각이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가 침체됐던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전망과는 사뭇 다른 진단이다. 황 회장은 “제품 가격만 낮추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면 결국 중국 업체를 막을 수 없다”면서 “기존 평판(플랫) 디스플레이 폼팩터에서 벗어나 '디자이너블'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확장하고 기술 격차를 보다 벌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주성엔지니어링도 '디자이너블' 디스플레이를 위한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황 회장은 혁신 DNA를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고등학생 졸업생과 인문 사회계열을 가리지 않고 R&D 인재로 뽑는 '열린 채용'도 진행했다. 혁신은 공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지론이다. 이 같은 혁신 역량을 인정 받아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파워 혁신기업 TOP 100'에 유수 대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R&D 비용 투자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5년 앞선 장비 만들겠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