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디지털 10대 어젠다]"10만 반도체 인력양성"...구체 방법론 찾아야

윤석열 당선인은 반도체 인력 10만명 양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도체 인재 부족 상황을 인식, 많은 인재를 키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래 첨단학과 학생과 교수를 기존 정원과 별도 지정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현재 반도체 관련 대학 졸업생은 연간 900여명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인력 수요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졸업생은 500여명 수준으로 반도체보다 적다.

반도체 인재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학 내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거나 기존 학과 정원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수도권 대학은 정원 제한에 묶여 특정 학과에서 인력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 균형 발전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와 산업계, 수도권과 지방 간 세밀한 조율과 합의 없이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새 정부가 수도권 정원 제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이혁재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당장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을 푸는 게 어렵다면 반도체 학과 편입 인원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순 학생만 늘린다고 인재 양성에 성공할 순 없다. 학계에서는 학생을 가르칠 교수도 부족하다며 안정적인 교육 체계를 확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수 확보가 우선돼야 학생을 가르쳐 반도체 전문 인재로 거듭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대학에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민간 주도의 직업 교육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반도체 팹리스와 장비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반도체 인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민간 교육 사업에 대한 지원도 인력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산·학·연·관 협력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국가 차원 '해외 인재 관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인재 양성 방안으로 제시된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미 기술자와 유학생을 적극 유치해왔다. 대만 과학기술부가 해외 인재 관리 플랫폼을 직접 운영, 해외 유학생을 국가·연령·전공·경력별로 관리한다. 자국 수요 기업과 연결시켜주기 위해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박사는 '대만 반도체 인력육성 현황과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원천 기술뿐만 아니라 신규 수요 창출과 새로운 제품도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미국 반도체 관련 과정 이수 학생, 반도체 기업 기술자는 자국 반도체산업 발전에 여러 형태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재미 기술자와 해외 유학생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