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규제 '대못 뽑기'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이 규제 개혁이다. 기업의 새 산업 진출을 막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규제 때문에 산업계의 활력이 떨아진다는 것이다.

우리 업계와 정부는 그동안 무수히 많이 규제 철폐를 언급하고 시도해 왔다. 그럼에도 규제는 끈질긴 생명력과 복제로 여전히 우리 산업에 문제로 남아 있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 변종 같다.

[데스크라인]규제 '대못 뽑기'

새 정부는 매번 '규제 개혁'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전봇대 론'을 폈다. 대불산업단지에 전봇대가 대형 트럭의 진입을 막고 있는데 몇 달이 지나도 시정이 안 된다는 지적에서 시작한 이 문제는 기업 활동을 막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없애자는 논의로 확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를 언급했다. 당선인 신분이던 박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밑 가시를 빼야 한다”는 말로 규제 혁신 의지를 밝혔다. '천송이 코트' 논란도 있었다.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 의상을 해외에서 구매하는데 공인인증서가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논란 속에 기업 규제 전반에 걸친 개선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와 특별연설 등에서 수차례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선도형 경제로 가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과감히 들어내고 경제 역동성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처럼 대부분 기업이 원하고 최고 통치자가 약속했던 규제 개혁의 현 주소는 초라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 중에 새로 만들어졌거나 강화된 규제 건수는 이명박 정부 5827건, 박근혜 정부 4861건, 문재인 정부 5798건에 달했다.

해외에선 커지는 원격의료·차량공유·온라인법률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제한 받는다. 유통 대기업 의무휴업도 해외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도 규제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규제개혁전담기구 설치가 중요 공약에 포함됐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정부 중심의 성장정책을 민간 중심으로 옮겨서 기업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데스크라인]규제 '대못 뽑기'

새 정부의 규제 혁신이 '이번에도'가 아니라 '이번에는'이 되길 바란다.

규제 개혁은 과감해야 한다. 새 정부의 역동성이 살아있을 때 적극적으로 규제 타파에 나서야 한다. 모든 규제는 각자 사연이 있다. 이것저것 재다 보면 규제는 또 스멀스멀 생명을 연장하려 들 것이다.

사후 규제로의 대전환도 시도해 볼 만하다. 모든 것을 전면에서 막으려 해선 안 된다. 중대한 건이 아니라면 먼저 일을 진행시키고 이후 발생하는 문제를 검토해서 대응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바꿔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은 배제하고 우리 기업만 적용받는 규제는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성장을 막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융합 신산업이 늘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 자체를 막는 규제도 적극적으로 솎아 내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의 싹을 자르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규제를 없애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번 생긴 규제는 없애려면 몇 배의 노력이 든다. 같은 맥락에서 과도한 입법 활동도 지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진흥정책이라 해도 법안 신설이나 개정 과정에서 규제가 묻어 있기 쉽다. 입법 숫자로 정부와 국회의원을 평가하면서 입법과 규제가 함께 늘어나는 일도 이제는 자제해야 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