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사업조정' 절차가 마지막 관문으로 떠올랐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피했지만 중고차 협회·단체가 신청한 사업조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조정으로 합의한다면 사업 개시 시점이 이르면 상반기로 빨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년 상반기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상생협력법에 따른 사업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1월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을 낸 이후 세 차례가량 회의가 열렸다.
중기부는 앞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를 진행해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양측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아직 현대차·기아와 중고차 협회·단체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가 사업을 시작하려면 사업조정은 넘어야 할 과제다. 지난 17일 중기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돼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는다면 합의안을 작성하고 사업조정 절차가 종료된다. 반면에 자율조정이 실패하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가 조정을 권고한다. 사업조정은 권고사항이지만 미이행 시에는 이를 공표하고 이행명령을 내려 강제할 수 있다.
양측 합의안 또는 조정심의회 권고에 따라 실제 소비자가 접하는 인증 중고차 서비스는 현대차의 기발표 내용과 달라질 수 있다. 앞서 현대차는 대리점 등을 통해 차량을 매집하고 5년·10만㎞를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은 경매를 통해 중고차 업계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중고차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신차 구매 시 할인받는 보상 판매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각각 중고차 사업을 전개할 예정으로 구체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등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가 제시한 매입 방식이 확정될 경우 완성차 제조사가 양질의 중고차를 독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상 판매로 매입한 차량 모두를 공익 입찰 플랫폼을 통해 공개 입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 점유율을 산정하는 모수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현대차는 사업자 거래대수와 당사자 거래대수를 모두 더해 시장 규모를 산정했지만 중고차 업계는 사업자 거래대수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시장에 주인인 소비자가 완성차 제조사의 시장 진출을 원한다는 게 확인됐다”며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구성한 중고자동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에 양측 모두 긍정적 방향으로 합의를 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조정' 절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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