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1년 유예 권고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지난 3월 정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아 올해 안 판매 개시를 기대했으나 이번 권고로 물 건너 갔다. 기업의 사업계획 수정은 물론 권익 증대를 기대했던 소비자 역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8일 저녁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점을 애초 예정보다 1년 늦은 내년 5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중기부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열린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는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을 서둘렀으나 이번 권고로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중고차시장 선진화에 대한 그동안의 소비자 요구와 국내산의 수입산과의 역차별 해소 필요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KAMA는 “최악의 규제는 창의성과 혁신, 경쟁을 제한하는 진입규제”라면서 “진입규제 시행 시 경쟁력 부족과 혁신성 지체로 소비자들은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 내용을 따르겠다면서도 유예 권고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현대차·기아는 입장문에서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절실히 원하는 소비자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다. 1년 유예 권고는 고품질 중고차와 투명한 거래 환경을 기대한 소비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심의회 권고로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 시장 진출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1월 시범사업을 시작해 5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업 지연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 제한 강도도 애초 예상보다 강화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인증중고차는 2025년에야 큰 폭의 증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증중고차 대상은 현대차·기아가 주장한 5년, 10만㎞로 정해졌다. 시범사업에는 차량 매입·상품화·판매 전 과정을 점검한다. 이 기간에 판매대수는 회사별로 5000대까지 제한된다. 인증중고차 사업 거점은 현대차가 경기 용인시, 기아가 전북 정읍시에 각각 구축하고 있지만 판매는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한다.
시장 점유율 상한선은 예상보다 더 낮아졌다. 올해는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내년 5월 1일부터 이듬해 4월 30일까지는 5%,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7%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각각 4.4%, 6.2%, 8.9%였다.
현대차·기아의 연간 국내 신차 판매대수를 고려하면 이번 권고로 중고차 사업 발목이 잡혔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신차 구매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만 중고차 매입이 가능한데 작년 기준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126만1854대다. 하지만 인증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는 차량은 사업 첫 해 9만2715대, 이듬해 12만9801대에 불과하다. 상당수를 경매에 넘겨야 한다.
자동차 경매에서도 현대차·기아와 현대글로비스 간 시너지가 제한된다. 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협의해 정한 경매사업자에 전체 경매 의뢰 대수 가운데 50% 이상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2025년 5월 1일부터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인증중고차 사업으로 신차 판매와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긍정적 이용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기보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과 상생 협력하며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업계의 원칙 수용에도 중고차 시장 규제 적용 기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진입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되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중기부, 3년간 사업조정기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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