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원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지식재산권(IP) 소송 금지 명령'을 남발하고 있다. 해외 기업이 중국 이외 국가·지역에서 자국 기업을 상대로 IP 침해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중국 재판소가 IP 침해 관련 소송에서 잇달아 '금소령'(소송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2020년 8~12월 4개월간 5건에 금소령을 적용했다. 해외 기업이 중국 이외 국가·지역에서 같은 소송을 걸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닛케이는 중국 법원이 금소령 위반자에게 하루 최대 100만위안(약 1억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전했다. 단 몇 개월에서 최장 몇 년까지 이어지는 재판 기간을 고려하면 막대한 금액을 벌금으로 내게 된다. 최악의 경우 중국 현지 자산이 압류될 수 있다. 금소령이 사실상 중국 법원 판결만으로 분쟁을 해결할 것을 강요하는 셈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유럽, 일본 등도 '소송 금지 명령'(ASI)을 내릴 수 있다.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소송에 나서는 꼼수를 막기 위한 제동 장치다. 하지만 정당한 재판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운용되고 있다. 실제 일본은 현재까지 ASI를 내린 사례가 없다.
중국 법원이 2020년 8월 이후 금소령을 내린 5건은 모두 합의 성립으로 마무리됐다. 세부 합의 내용은 공표되지 않았다. 닛케이는 IP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 법원에서 화해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해외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타협했을 것으로 봤다.
닛케이는 과거 중국 통신기기 업체 화웨이가 잇달아 IP 관련 재판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것을 금소령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화웨이는 2018년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ASI를 받았다. 영국 법원은 화웨이와 언와이어드플래닛 간 특허 침해 재판에서 판매금지처분을 내렸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