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가들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탈세계화가 가속화하며 새로운 통상 패러다임이 구축됐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감안해 '디지털 기축 플랫폼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형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민 숭실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22일 '신(新)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엄'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확대를 기반으로 한 기존 통상정책 전략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축 플랫폼 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축 플랫폼 국가는 다른 나라의 데이터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모이고 활용되는 국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통상 정책은 지난 20년간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허브 국가 구축을 통한 선진 통상국가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탈세계화가 진행됐고 통상환경이 대폭 변동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한 맞춤형 전략으로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 대응 △디지털 통상 주도 △노동·환경 등 통상 가치 재편 등을 제시했다.
우선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기업 이윤 극대화에 집중하는 기존 관점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안보, 노동과 환경, 코로나19 등 대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통상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통상 조직과 인력을 스마트화해서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도 주목했다. 기존 통상 체제에서 디지털이라는 가상세계가 더해졌는데 가상세계에서도 경제영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 교수는 “많은 데이터가 대한민국을 통해 모이고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기축 플랫폼' 국가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기술과 제도를 표준화해서 세계 중심 플랫폼을 만들고, 다른 나라 데이터를 우리나라를 통해 유통하자는 것이다.
또 노동과 환경을 중시하는 통상 변화에 맞춰 한국이 추종자가 되기보다는 우리 특유의 가치 실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국제표준 선점 전략 마련도 촉구했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축 플랫폼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 선점이 중요하다”면서 “디지털 규제를 신설할 때 일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규제 체계 정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운중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GVC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인 개방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통상정책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서비스 수출과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新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엄…한국형 비전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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