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가상화폐는 과연 안전자산일까?](https://img.etnews.com/photonews/2203/1513596_20220322161425_537_0001.jpg)
많은 사람이 기존 법정화폐 대신 암호화폐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제 행동에 옮기고 있다. 이와 함께 불확실한 금융환경 및 저금리, 달러 가치 하락과 함께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등을 대비하는 안전자산으로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또한 정치 불안 및 전쟁 등으로 인한 경제 구조의 극심한 변화에 대한 대비책으로 가상자산 구매를 선택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과연 가상자산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자산 보전 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리적 고찰이 필요하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가상자산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EU의 경제 제재 및 국제결제망 축출 등으로 러시아 정부는 가상화폐를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가상화폐 채굴국가로서 가상화폐 발권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국제 금융 제재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서 거래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상화폐 철학인 외부의 인위적 간섭이 없는 자유경쟁적 금융거래가 보장된다면 가상화폐야말로 국지적 금융위기와 관계없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현재 미국과 EU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러시아 내 거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트레블 룰에 의해 가상화폐 거래를 투명하게 추적하는 제도를 실시하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 거래의 익명에 의한 거래 자유성은 근본적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명목적 이상과 현실적 규제의 괴리가 충돌하는 상황이 되어 가상화폐의 안전성이나 익명에 의한 거래 자유성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가상화폐는 투기성 높은 불안전 자산에 그칠 것인가?
▲암호화폐의 실체는 무엇이고 장래는 어떠한가 ▲화폐로서의 다양한 용처 및 강제 통용력은 있는가 ▲가치 안정성은 어떠한가 ▲최고의 안전자산이라 하는 금과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금융자산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포괄적'이란 암호화폐의 영향 요인들에 대한 상호연동적 또는 독자적 변화에 대한 다양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간주해서 변동성을 예측한 경우 실제는 이와 상반된 실증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달러 약세나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암호화폐 가치가 애초의 예측과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하나의 잣대나 원칙으로 암호화폐 미래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암호화폐는 지폐나 동전 등의 실체 없이 디지털 환경에서 거래되는 명목 화폐이다. 잔액이나 소유권이 인터넷상에서 인지되며 이를 거래에 활용함으로써 화폐 기능을 수행하고, 장단기 보유나 활용에 따른 자산운용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발권 주체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아니며, 블록체인 원리에 기반한 PoW(Proof-of-Work)나 PoS(Proof of Service) 같은 사용자 합의 알고리즘에 의해 국경을 넘은 범국가적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발행(채굴)된다. 발권이나 회수, 이자율 결정 등에서 중앙은행의 독단 없이 사용자들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화폐가 관리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의 경우 2100만개의 발행량을 한계로 발권량이 조절돼 인플레이션 발생 위험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독단적 대량 발권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나 당국의 자의적 이자율 결정 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어 민주적 금융을 구현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떨까. 먼저 암호화폐는 화폐 기능에 우선해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 사고를 산업적으로 구현하는 촉매 기능을 가져 향후 국가 경제발전에 무궁한 활용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지금껏 정부 당국과 금융기관이 암호화폐의 선기능인 산업 혁신성보다는 심한 가격 불안정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의 역기능 방지 대책에 치우쳐서 간과된 부분이다.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면 거래 신뢰도 확보, 신속한 거래 처리 및 거래비용 절감과 보안 강화 등을 통해 현재 한계에 다다른 비대면 인터넷 거래를 혁신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산업의 유통 구조를 개선해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이익 증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는 보상 기능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로의 참여를 유도하며, 생태계 성장 및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또한 암호화폐는 화폐 통용성 및 자산 증식 기회를 제공한다. 범국가적 통용성을 띠며, 장단기 보유를 통해 가치 증대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개별 국가들의 법정화폐 신뢰성 저하에 대응해 가치 저하를 막는 대비책이 될 수 있다. 달러화 같은 특정 법정화폐나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융위기 대처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우선 정부가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산업이라는 차세대 먹거리 창출의 핵심 촉매로 생각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 보호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선순환적 투자 환경을 조성해 블록체인 산업을 글로벌 경쟁을 선도하는 신지식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망 스타트업을 블록체인 산업에 유치하고 활용함으로써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산업과 순치 관계에 있는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금융 규제를 과감히 해제해서 테크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을 자율화해야 할 것이다. 즉 대한민국을 '블록체인 산업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wb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