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화면비율 규제를 폐지한다. T커머스 송출 화면에서 영상 크기를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없애 자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화면비율은 TV홈쇼핑과 T커머스를 구분하는 핵심 표지인 만큼 TV홈쇼핑 사업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홈쇼핑 12개사와 회의를 열고 T커머스 화면비율 규정 관련 가이드라인 개정에 착수했다. 전체 화면의 50% 이상을 데이터로 구성해야 한다는 T커머스 사업 적용 기준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현재 T커머스는 화면 비율이 전체 화면의 절반을 넘을 수 없고 생방송도 불가하다.
과기정통부는 T커머스 도입 취지를 고려해 생방송 금지는 그대로 유지한 채, 화면비율 규제만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T커머스 개념과 사업 범위를 정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든지 7년만이다. 대신 최초 화면의 상품 카테고리 수를 통해 TV홈쇼핑과 식별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 사업자 의견을 수렴하고 올 상반기 내 가이드라인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홈쇼핑업계는 정책 변경으로 채널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화면비율 제한이 폐지되면 SK스토아와 K쇼핑,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T커머스 사업자는 주문형비디오(VoD) 화면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전체 화면의 대부분을 영상으로 채울 수 있어 화면 구성이 사실상 TV홈쇼핑과 유사해진다.
방송법상 T커머스 운영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 T커머스는 방송법상 데이터방송이다. 방송법에서 데이터방송은 문자·숫자·도형·이미지 등 데이터 위주로 송신하는 방송이다. 기존 규정에 화면 절반 이상을 데이터로 구성할 것을 정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가이드라인 역시 T커머스를 '전용 데이터방송 형태로 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 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데이터홈쇼핑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화면비율 절반 이상을 데이터 영역에 할애하도록 한 것은 데이터 방송 활성화를 위해서다. 그러나 화면비율 구성을 자유롭게 할 경우 TV홈쇼핑과 마찬가지로 데이터보다 영상 위주로 송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채널 경쟁을 심화시켜 송출수수료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TV홈쇼핑과 T커머스 구분이 모호해지고 유사한 사업을 영위할 경우 채널 자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실제 T커머스 신규 진입 사업자가 늘면서 송출수수료도 가파르게 뛰었다.
TV홈쇼핑 단독사업자뿐 아니라 GS·CJ·롯데·현대 등 T커머스 채널을 겸업하는 TV홈쇼핑 사업자도 T커머스 화면비율 폐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기존 TV홈쇼핑 채널과 차별성이 줄면 과당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가 데이터 영역 상품수를 최소 수준만 충족하고 영상 비율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시청자 입장에선 TV홈쇼핑과 분간하기 어렵다”며 “분쟁 소지를 없애려면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