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스트 누리호를 준비해야 할 때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2019년 미국 스페이스X의 발사체 회수 장면이 온 세계를 놀라게 하자 일론 머스크에게 영감을 받은 수많은 사람이 경쟁하듯 우주에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주는 선진국들의 전유물이란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정부와 참여업체들의 노력으로 국산 발사체 누리호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차 발사는 우리에게 미완의 숙제를 남겼지만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엔진 성능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올해 예정된 2차 발사에서는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누리호 발사에 성공해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다음 과제가 남아 있다. 이미 해외는 민간업체가 직접 발사서비스 시장을 이끌고 있다. 뉴 스페이스(New space)를 선도하는 미국은 이미 발사체 시장의 주역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일본도 정부로부터 체계 기술을 이관한 미쯔비시 중공업이 발사체 운용 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 혁신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있다.

발사체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관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다. 정부의 기술 이관 및 안정적인 수요 보장에 힘입어 선진국의 발사체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해서 우주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우주기업들은 3D 프린팅, 차세대 엔진 등 미래 혁신기술에 적극 투자하며 우주로 가는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누리호는 끝이 아닌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반복 발사를 통해 우리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의 기술력을 길러서 글로벌 발사서비스 시장 진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한 후속 발사체 개발사업을 통해 항우연의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함과 동시에 누리호의 성능 및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발사 인프라 증설, 발사체 헤리티지 확보, 미국 등 선진국과의 우주 외교 강화 등 민·관이 협력해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최근 정부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트랜드에 부응하여 우주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달탐사·차세대발사체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발표되었고, 항공·국방·우주 분야에 흩어져 있는 연구 전략을 하나로 모으려는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는 도전적인 기술 목표를 세워서 앞으로 나아가고 기업은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우주경제를 견인하는 민·관 파트너십이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제철, 조선, 자동차, 반도체를 잇는 우리나라의 다음 먹거리는 우주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분야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고 세계를 놀라게 해 왔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우주산업이지만 민·관이 협력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주산업을 길러 나간다면 얼마든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2022년이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namyeun.kim@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