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184兆 '배터리 소부장 전쟁' 불붙었다

전기차 급증에 세계 배터리 시장 성장 가속
반도체 소부장 기업, 배터리 분야 진출 늘어

[스페셜리포트]184兆 '배터리 소부장 전쟁' 불붙었다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배터리 시장에서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 경쟁이 시작됐다. 반도체 시장에서 쌓은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부장, 시장 개척·사업 확장 '활발'

동진쎄미켐은 배터리 필수 소재로 꼽히는 슬러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슬러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과 같은 배터리 제조 업체들이 자체 개발해 사용해왔다. 슬러리를 만드는 국내 업체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투자 의지도 해외 업체에 비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스페셜리포트]184兆 '배터리 소부장 전쟁' 불붙었다

동진쎄미켐은 양극재, 음극재 성능을 올리는 슬러리 복합소재를 개발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솔브레인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해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해액 고객사인 국내 배터리 업체가 해외 투자를 본격화하자 솔브레인은 해외 현지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전해액은 전기차 배터리 전자 이동을 돕는 필수 소재다. 그러나 쉽게 변질되는 특성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지 않으면 공급이 어렵다. 솔브레인은 미국과 유럽, 중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에 전해액 공장을 두고 있다.

배터리 사업 확장 움직임도 활발하다. 네패스, 알파홀딩스는 새로운 성장 분야로 사업에 변화를 주거나 기업 인수로 신규 사업을 개척했다. 네패스는 기존 디스플레이 부품 소재 계열사를 이차전지 부품 소재 분야로 사업 전환했다. 네패스 계열사인 네패스야하드는 액정표시장치(LCD) 터치스크린 패널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 리드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알파홀딩스도 배터리 소부장 사업 진출을 위해 한송네오텍을 인수했다. 한송네오텍은 앞서 리드탭 전문 업체 신화아이티를 인수했다. 신화아이티가 추진하는 리드탭은 전류 입출력을 돕는 이차전지 부품 소재로, 전기차 핵심 부품인 파우치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하다. 알파홀딩스뿐 아니라 솔브레인, 네패스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배터리로 영역 확장 배경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배터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공급이 완성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미국, 유럽 순으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중국은 전년 대비 159% 급증했고 미국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유럽은 67.7% 늘었다. 미국이 중국과 유럽에 버금가는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김병주 EV볼륨즈 대표는 “미국 시장은 올해 작년 대비 80% 성장이 예측된다”며 “미국에 국내 배터리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950만대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조사업체인 IHS 마켓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매년 25% 성장해 2025년 184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수요 증가로 배터리 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페셜리포트]184兆 '배터리 소부장 전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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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반도체'도 소부장 생태계 강화

배터리 시장 성장은 2025년까지 가파를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도 배터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전방위 접촉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유럽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협력하기로 했다. 노스볼트는 당초 배터리 주요 소재 내재화 계획에서 한발 물러나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기술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 경쟁력은 중국이 뛰어나고, 소재 원천 기술은 일본이 우수하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제조 능력이 앞서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도 반도체 소부장에 손을 뻗고 있다. 동진쎄미켐, 솔브레인은 반도체 포트레지스트(PR), 불화수소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국산화 성과가 배터리 소부장 국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배터리 시장 진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배터리 기초 소재, 부품 소재 시장 진출로 2025년 성장 사업에 대응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소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실리콘 음극재, 전해액 또는 기초 소재 분야에서 배터리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쟁 기업 없는 시장에 진출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