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도 필요성 공감한 원격의료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관심을 끄는 분석이 나왔다. 의사·간호사·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 활용 경험에 따른 인식을 조사한 결과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경험한 의사일수록 필요성에 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진료 경험 의사 44.9%가 원격진료 필요성에 공감했다. 반면에 미경험 의사군에서는 28%만 원격진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원격진료 경험 의사 중 66.4%가 향후 이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비경험군에서는 42.5%만 활용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는 한때 금기어처럼 여겨졌다. 의사 단체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정부에서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원격의료로 오인되지 않도록 조심하던 때가 엊그제다. 그런데 이젠 의사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활용하는 수준까지 인식이 개선됐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원격의료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는 2020년 12월부터 올해 3월 20일까지 누적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었다. 서비스 초기에는 새로운 서비스에 흥미를 보이는 2030세대의 사용량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40대 이상 사용량이 증가하는 등 연령층이 확대됐다.

원격의료가 안착하는 양상이나 현행법상 국내에서 원격의료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코로나로 정부가 2020년 12월부터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나가 끝나 한시 허용이 해제되면 원격의료는 다시 불법이 된다.

원격의료는 20년 이상 공전을 거듭했다. 의사·간호사·환자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실제 이용도 만족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 문제를 정면에서 풀어야 할 때다. 손 놓고 있는 상태에서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비대면 의료에 대한 인식 및 수용도 분석 인포그래픽(자료: 보건산업진흥원)
비대면 의료에 대한 인식 및 수용도 분석 인포그래픽(자료: 보건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