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일상화됐으며,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이 네트워크 연결성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펼쳐 가고 있다. 미래를 실현하는 초연결 네트워크의 진화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한 그린 네트워크 기술 실현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지구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으며, ESG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한국 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설정했으며, 궁극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통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기준 연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6% 수준이며, 이 가운데 통신 분야가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급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기지국과 통신장비, 서버 증가에 기인한다.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22 바르셀로나에서도 ESG는 핵심 키워드였다. 특히 통신망과 ICT 인프라에 적용되는 다양한 그린 기술이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수랭식(Liquid cooling) 방식을 적용한 기지국, 그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모듈형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글로벌 제조사·통신사의 다양한 기술이 전시·소개됐다.
KT도 전력 사용량 감축을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 오고 있다. 저효율 네트워크 장비를 고효율 장비로 교체했으며, 데이터 트래픽에 따라 기지국 출력을 가변적으로 조절하는 다양한 기능을 도입했다. 통신국사에 외기 도입 쿨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그린 네트워크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정부와 통신사 간 협력을 통해 데이터 트래픽이 많지 않은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5G 공동망을 구축하고 있다. 5G 공동망은 통신 3사가 기지국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선접속망 공유기술(RAN Sharing)을 적용함으로써 5G 이동통신 기지국 수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세대가 진화할수록 데이터당 소비 전력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1와트(W) 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는 5G 시스템이 3G 시스템에 비해 27배 더 효율적이다. 같은 이유로 MWC22 기간에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TG(Technical Group·기술분과)에서 유럽지역의 2G·3G 서비스 종료가 논의됐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우리나라도 전체 이동통신 사용자의 5% 수준인 3G 서비스에 대한 단계적 종료를 온실가스 저감 차원에서 검토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5G 이동통신은 기지국 장비가 증가해도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부정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5G 인프라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 2020년 스위스 연방재료과학연구소(EMPA)와 취리히주립대가 공동으로 발표한 '5G 기술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보면 5G 장비 구축으로 스위스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0.18메가톤 증가하는 반면에 스마트워킹 활성화와 이를 통한 통근교통량 감소,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스마트그리드) 등 디지털화가 확산하면서 연간 2.1메가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직접적 효과를 넘어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한다면 5G가 그린 기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통신 분야를 포함해 산업 발전이 가속됨에 따라 기후나 환경 관심은 지속 증대할 것이고, 향후 탄소중립 기술은 국가산업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G7 국가를 비롯해 세계 주요국은 국가 주도로 이미 탄소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탄소포집(CCUS), 산업공정고도화, 수송효율화와 같은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술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중심에 위치할 것이다. 이에 대한 지식과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에서 우리 정부는 AI, SW 분야를 포함하는 디지털 인력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력 양성→기술 확보→생태계 활성화'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전 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해서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KT도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전략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함께 지난해 'KT 에이블스쿨(AIVLE School)' 1기를 출범해 기업 실무형 AI/DX 교육을 제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KT 에이블 스쿨은 향후 3년간 관련 인재 3600명을 배출해 대한민국 디지털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기업은 단순한 이윤 추구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술과 포용적 협업을 기반으로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정부·기업·개인이 원팀을 이뤄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필자소개>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은 28년 동안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통신 전문가다. 서 부문장은 KT에서 네트워크기술본부장, 네트워크전략본부장 등 기술과 인프라 전략 분야를 섭렵했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 KT의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네트워크 부문장에 임명돼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용을 통해 더욱 신뢰받는 통신서비스 제공은 물론 디지털혁신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책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