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SKB에 TV조선 사용료 30%인상 조정…방송대가 줄인상 신호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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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의 TV조선 2022년 프로그램 사용료를 전년 대비 30% 인상해 지급하도록 권고한다.

조만간 복수 유료방송 플랫폼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 올해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이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줄인상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통위는 30일 SK브로드밴드가 TV조선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난해보다 30% 인상해 지급하는 조정안을 채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TV조선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분쟁조정 신청에 따른 조정 결과다. 〈본지 1월 12일자 16면 참조〉

정부는 SK브로드밴드가 생각하는 적정 인상률 10~20%대와 TV조선의 40~50%대 인상 등 양사 의견을 두루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 협상 과정에서 TV조선이 시청률 상승 등 성과 대비 SK브로드밴드가 지급하려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공정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TV조선 평균 시청률과 시청점유율 등 여러 지표가 지상파와 대등한 수준이지만 정작 프로그램 사용료는 지상파 방송사 재송신료(CPS)보다 현저히 낮다는 논리가 대두됐다.

인상률에 대한 양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TV조선은 결국 지난해 연말 방통위에 SK브로드밴드와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에 대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합리적인 사용료 책정을 위해 방통위에 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정부 조정안이 바로 채택될 지는 미지수다. TV조선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SK브로드밴드에는 과도한 인상률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플랫폼이 콘텐츠제공자에게 한 번에 30%를 인상해 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양사는 보름 이내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 방통위에 고지해야 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방통위 조정안을 거부할 수도 있다.

SK브로드밴드의 TV조선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에 따라 올해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CJ ENM 등 PP와 사용료 협상 향방이 정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방송 관련 사업자들이 TV조선과 SK브로드밴드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TV조선보다 시청률 등 지표가 좋은 PP는 추가 인상을, 반대의 경우 플랫폼에서 수신료 인하 요구에 나설 수 있다. 또 유료방송 사업자가 나름대로의 이용료 총액 기준을 갖고 있는 가운데 특정 콘텐츠에 가격 인상이 집중될 경우 군소 콘텐츠제공자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료방송업계 전반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낮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로 프로그램 사용료 재원은 한정적이나 방송사는 시청률 증감 등에 관계없이 매년 인상만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방통위가 어떤 지표로 양사 조정안에서 높은 인상률을 채택했는지 기준을 제시, 앞으로 협상에서 사용료 인상·인하 논의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