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8>뭔가 다른 나를 찾는다면

꽤 오래됐지만 애플의 '생각을 바꾸세요'(Think Different)란 광고의 한 구절은 이랬다. “반항아들. 말썽을 일으키는 녀석들. 네모난 구멍에 둥근 말뚝 같은 이들. 사물을 다른 논리로 보는 사람들…. 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그들, 실상 이들이 세상을 바꾼 사람들입니다….”

다르다는 것은 뭘까. 매일 조금의 변화를 만드는 것. 물론 이것이다. 안 하던 뭔가가 새 일을 하는 것, 그것 역시 이것의 일부다. 하지만 누구도 해 보지 못한 것, 가 보지 못한 곳으로 향하는 열정이란 것도 있다.

물론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저가 단지 실패할 위험 탓일까. 혹 어떻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탓인 것은 아닐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의 정답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다른 생각(think Different)과 비즈니스를 보는 다른 로직(논리 구조)은 꽤 닮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례는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빼놓을 수 없다. 만일 당신이 25년 전에 1달러를 투자한 것이 562달러로 돌아왔다면 기뻐할 것인가. 여기 그런 기업이 하나 있다. 왈그린스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란 다소 긴 이름을 가진, 이른바 드러그스토어라는 진부한 비즈니스다.

오래된 비즈니스인 만큼 여기엔 그만의 성공 논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매장당 수익이 증가하면 기업 수익도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통 매장은 띄엄띄엄 두었고, 값싼 위치에 잡았다.

코그 왈그린은 이게 내키지 않았다. 고객에게 친숙하고 편리해야 한다는 철학과도 맞지 않았다. 그는 이 상식논리를 '편의성이 높아지면 고객 방문당 이익이 높아지고 그럼 기업 수익도 높아진다'는 것으로 바꿔 본다. 그러자 초점도 바뀐다.

우선 매장은 편리한 위치를 찾았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편리함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었다. 편리함을 생각하자니 교차로나 길모퉁이가 더 나았다. 그래서 이런 곳이 나면 기존 점포를 닫고서라도 이런 곳을 잡았다.

수익만 난다면 매장을 촘촘히 두는 것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1마일 반경 안에 9개를 열기도 했다. 물론 운영방식도 달라졌다. 고객 방문당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객의 편의를 최적화하는 서비스에 투자했다. 즉석사진 인화, 드라이브스루 약국에 인터컴이란 중앙고객 데이터 베이스는 어디서든 처방약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다면 필 니크로(Philip Niekro)라는 전설의 인물을 모르진 않겠다. 그의 주무기는 너클볼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아니, 이것 하나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검지와 중지로 밀어내듯 던지는 이 느리게 비틀비틀거리며 날아오는 공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속절없이 허공을 갈랐다.

왈그린의 경쟁기업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너클볼처럼 새 논리의 옷으로 갈아입은 이 생경한 로직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비즈니스를 바꾸고자 하는가. 한 가지 방법이 여기 있다. 만일 당신이 잘 알려진 상식의 바깥에서 '이 비즈니스는 어떤 것인가'에 새 논리를 찾는다면. 어느새 남들과 비교해서도, 어제의 자신과 비교해서도 다른 자신으로.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8>뭔가 다른 나를 찾는다면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