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예상 시장 규모 136조원. 특허청이 전망한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이다. 양자컴퓨팅 이외에 양자암호, 양자 센싱만 추려내도 29조원이다.
10년 전만 해도 미미했던 양자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실험실 수준의 양자 기술이 실생활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양자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양자 컴퓨터, 양자 인터넷, 양자 센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양자암호통신은 다른 양자 기술과 달리 기술 성숙도가 높고 초기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시장 창출과 저변 확대 노력이 절실하다. 진정한 양자 2.0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선결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첫 번째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서비스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양자암호통신 사업은 정부 과제 중심 레퍼런스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앞으로는 공공에서 쌓은 역량을 기반으로 서비스와 상품군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다양한 기업사업(B2B) 영역으로 확장하고, 이를 위한 요금제 개발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존 암호 체계를 보완하고, 양자암호통신 기반의 새로운 보안서비스를 도입하려는 기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확대하고, 관련 기업의 시장 확산 측면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양자암호통신을 위한 B2B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두 번째 양자암호기술이 실제 생활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양자암호기술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하지만 이미 개발된 양자암호기술을 기존 인프라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양자암호통신을 기존 인프라와 잘 접목해서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양자암호기술의 보안성이 아무리 뛰어난다 하더라도 실제 사용할 수 있고 기존 인프라와의 연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하는 표준화가 급선무다.
특정 회사와 표준화 기구를 위한 표준이 아닌, 여러 장비사와 사업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표준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여러 회사들과 여러 표준화 기구에서 폭넓은 표준화 활동이 필요하다.
적합한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회사와의 협력 또한 필수다. 이미 다양한 국내외 회사들과의 접점을 가지고 협력하고 있고, 무엇보다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통신 사업자의 역할이 크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양자암호 통신망과 유선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러 통신장비사가 구성한 양자암호 통신망과 유선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는 표준화를 주도한 바 있다.
세 번째 더 많은 회사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자기술 사업은 적용 분야와 범위가 넓어서 어느 한 회사가 모두 해낼 수가 없다. 양자 키 분배 및 양자 난수 생성기의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용화해서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상용화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많이 시장에 진입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장 크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양자 산업은 아직 태동기다. 다양한 적용 사례를 발굴하고 더 많은 업체가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중요하다.
양자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시범 사례도 적극 도출해 양자산업이 실험실과 통신사업자 인프라 구축에서 더 나아가 산업계로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 10대 필수 전략기술의 하나인 양자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양자암호통신 시범요금제도를 마련해 양자암호통신 상용화에 시동을 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또 당선인의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공약에도 반영돼 있어 산업계의 기대 역시 크다. 이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더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개선이 병행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양자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심사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어 법안 통과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양자 기술은 미래 기술 패권을 좌우할 주요 기술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양자기술 사업을 대중화하고 본격적으로 개화될 양자 르네상스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하민용 SK텔레콤 혁신사업TF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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