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주요 통신사업자 5세대(5G) 이동통신 설비투자가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예정된 설비투자액수만 620억달러(약 76조원) 규모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통신장비 업계도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졌다. 5G 커버리지 확대를 위한 장비 공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매출 반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5G 설비투자 증가율은 3%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공급망 이슈로 인프라 구축이 지연된 미국에서 광범위한 투자가 예고됐다. 단기 설비투자가 급증,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버라이즌은 올해 225억달러를 설비 구축에 투자, 연말까지 1억7500만명에 도달 가능한 5G 커버리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 주력 서비스로 밀던 28㎓ 밀리미터파 이외에 전국망 커버리지 확보를 위한 중저대역(C밴드) 5G 인프라 예산 50억달러도 포함됐다.
AT&T도 5G 가입자 7000만명 커버리지 확보를 목표로 설비투자 예산 240억달러를 배정했다. 이 가운데 60억달러는 C밴드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5G 커버리지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티모바일은 130억달러를 투자한다. 연말까지 미국 전역에서 2억600만명에게 5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후발주자인 디시 네트웍스도 6월까지 5G 커버리지 확보 의무(인구의 20%)를 준수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25억달러를 투입한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의 경쟁이 불가피한 가운데 국내 장비 업체들도 기회를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수요 확대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밴드용 장비 등 주력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부품 리드타임(발주 후 납기까지 기간) 단축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2020년 버라이즌과 향후 5년간 7조8000억원 규모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C밴드 시장을 겨냥한 다중입출력장치(Massive MIMO)와 인빌딩 솔루션, 네트워크 최적화 도구 등 신규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올해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디시 네트워크 5G 장비 수주는 관련 장비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순위로 물량을 배정받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디시 네트워크 5G 장비 공급업체로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미국 통신사 5G 투자 확대로 현지 장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5G 투자 지연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케이엠더블유(KMW), 에이스테크놀로지 등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AT&T에 프런트홀을 공급하는 에치에프알(HFR)과 삼성전자 기지국 함체 협력사인 서진시스템 등도 실적 개선을 기대할만 하다.
델오로그룹은 실내 5G 커버리지를 위한 인빌딩 솔루션으로 '스몰셀' 지출 증가도 내다봤다. 국내 최초로 5G 스몰셀을 상용화한 이노와이어리스 북미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