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특허 분쟁 환경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특허 소송은 오랜 기간과 높은 비용으로 대기업조차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하물며 대기업에 비해 자본이나 인적 역량 등 모든 면에서 뒤지는 중소기업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소송을 멈춰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이슈가 된 남양유업과 중소기업인 내추럴웨이 간 특허분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 대표 사례다.
내추럴웨이는 건강기능식품 등의 용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알약이 뚜껑 부분에 분리 보관돼 있고, 뚜껑을 열면 알약과 음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허를 남양유업의 건강기능식품 '포스티바오틱스 이너케어'가 침해했다고 판단한 내추럴웨이는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도 에스제이이노테크와 한화 간에 태양광 설비제조 관련 특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 결과를 떠나 중소기업이 떠안는 소송 부담은 대기업보다 클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는 LG전자와 납품업체 연우이앤티 간 특허 분쟁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연우이엔티는 법적 분쟁과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파산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중소기업의 특허승소율이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해된다. 애써 개발한 특허를 침해받는 중소기업의 심정은 어떠할까.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의 78.7%가 변리사를 특허침해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뒤를 이어 소송비용 부담이 크다 52.8%, 분쟁 해결에 긴 시간이 걸린다 50.6%였다.
중소기업이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조력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허권을 받으려면 특허를 출원한 기술이 앞서 나온 기술과 다른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변리사는 특허출원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출원기술은 물론 선행기술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특허 소송은 특허로 등록받은 기술과 침해한 기술이 동일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에 따라 특허 기술을 등록한 변리사가 해당 특허와 유사 기술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띨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의 특허를 가장 잘 알면서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바란다.
소송 기간과 소송 비용 측면에서도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중소기업에 유리하다.
지난해 국회 산자위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중요한 쟁점이 부각됐다. 특허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대리인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허법인과 법무법인을 동시에 보유한 국내 대형 로펌이 있지만 중소 로펌에 비해 수십 배나 비싼 수임료는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소송대리는 이러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와 변호사의 협업은 대형 로펌 중심의 국내 특허소송 시장에서 변화를 가져와서 소송비용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변리사가 참여해 대리인의 전문성을 높이면 불필요한 소송 지연이 개선되는 등 소송 기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20년 전에 부기변리사제도를 통해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를 통해 전문성을 제고했다.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한 후 약 24개월 걸리던 소송 기간이 대폭 줄었다.
중국 역시 중국변리사회의 추천을 통해 전리(특허)분쟁사건에서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을 담당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내년 출범 예정인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도 유럽 특허변리사(EPA)가 단독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그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특허침해소송에서 중소기업의 애로는 변호사의 소송대리 독점으로 발생한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이나 '특허괴물'의 횡포를 보면 이러한 애로는 대기업에도 문제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이제는 정말 소비자 이익 관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할 때다.
조천권 한국 기업법무협회 이사 b20110@k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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