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해외로 내모는 '원격의료 규제'

KT가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한다. 13일 하노이의대와 협약을 맺고 만성질환자 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KT가 비대면 진료로도 불리는 원격의료 사업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기간통신사 KT가 신규 사업을 해외에서 먼저 시작하는 건 이례적이다. KT는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의료 금지 조항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해 베트남에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T가 까다로워서가 아니다. 헬스케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전자신문 헬스온 행사에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할지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고,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미국과 일본 시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 국내에는 규제가 많고 의사 단체의 집단 반발 등 사회적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타깝기 그지 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내 원격의료는 무려 22년 전에 시범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 의료계가 오진,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을 근거로 반대하면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지난 2020년 12월부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한시적'일 뿐이다.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국민 건강과 환자 치료 등 보건복지에다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오죽하면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할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면 갈라파고스화를 자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