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기업이 현재 80%인 입찰 하한가를 90%로 높이는 데 재도전한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계약제도 개선을 위한 산업별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건의 사항은 공공계약제도 개선에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회원사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 기재부에 제출했다. SW 기업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에서 80%인 입찰 하한가를 90%로 상향을 요구했다.
현재 기술 90점과 가격 10점으로 구성된 평가점수에서 예가의 80%까지 가격을 낮춰 제안해야 가격점수 10점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참여 SW기업간 출혈경쟁이 발생한다는 불만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은 가격 후려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점수간 차등 폭을 두는 차등점수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차등점수제 적용은 발주처 판단에 의한 것으로 의무사항이 아니라 확산에 한계가 있다.
SW 기업 대표는 “물가가 올랐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SW기업 부담이 커졌음에도 SW 사업 예산은 예전과 똑같지만 사업당 과업은 늘어났다”며 “대형 공공 SW 사업의 연이은 유찰이 SW기업 어려움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SW기업간 출혈경쟁을 유발하는 입찰 하한가를 높여야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며 “SW 사업비용이 예산 심사 시 일부 삭감되고, 입찰에서 또다시 20%가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찰 하한가는 2014년 60%에서 80%로 높아진 이후 8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재작년 기재부가 운영한 '계약제도 혁신 TF'에서 SW 입찰 하한가 상향을 논의했지만 개선 과제에 포함되지 못했다.
건설을 비롯한 다른 산업 입찰 하한가는 60%이지만, SW만 80%로 또다시 90%로 높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지난해에 2기 계약제도 혁신 TF인 계약제도반이 운영됐지만 입찰 하한가는 논의되지 않았다.
SW기업은 고급 인력이 대다수인 SW 산업이 다른 분야와 입찰 하한가가 같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SW기업은 입찰 하한가 상향 이외에 공동이행방식 폐지와 유지관리 요율 상향도 건의했다.
현대판 연좌제로 불리는 공동이행방식은 SW 사업을 공동 이행하고 책임도 연대해 지는 방식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에 대해 컨소시엄 구성 SW기업간 소송도 불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발주처는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공동이행방식을 선호한다.
수년째 11% 안팎인 상용SW 유지관리요율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SW 사업대가가 낮기 때문에 유지관리 비용은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 주요 재원이다. 공공 SW 사업 상당수가 유지관리요율이 1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가 넘는 글로벌 기업 SW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장기계속계약 확산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다. 규모가 큰 공공 SW 사업을 매년 발주하고 입찰을 하는 대신 장기 계약을 맺어달라는 요구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미리 산업별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며 “취합한 의견을 중심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8년간 80% 유지…출혈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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