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제조업 위기와 디지털 전환](https://img.etnews.com/photonews/2204/1522733_20220419135319_993_0001.jpg)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근간이었던 제조업은 노동 인구 감소, 인건비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차질, 중국의 일부 지역 봉쇄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증가하면서 제조업의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생산 차질 등으로 전월 대비 7포인트(P) 하락한 84를 기록하면서 국내 제조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단계적 일상 회복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내외 비우호적인 여건으로 제조업 위기가 여전히 심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부분은 부가가치가 낮은 하청 구조이며, 저임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어 가고 있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제조업 위기는 지속될 공산이 높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은 차치하더라도 대내적으로 노동 비용 상승과 대비해 제조 생산성은 더디게 향상되고, 생산인력 고령화는 날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연평균 0.90% 올라 연평균 0.08% 오른 미국이나 연평균 0.32% 오른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향후 10년 안에 노동인구 감소로 말미암은 노동자에 의한 생산성이 50% 이상 자연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이란 설계, 생산, 물류, 유통 등 제조 가치 사슬의 모든 영역에 걸쳐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제조기업이 안주해 왔던 하청 구조의 전통 비즈니스 모델 변화까지 포함해서 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경영전략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제조업은 공장이라는 물리적 공간 내에서 생산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었지만 제조 빅데이터 처리와 최적화, 인공지능(AI) 기반의 품질 관리, 가상물리시스템(CPS)을 통한 디지털 트윈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 적용은 공장 내 모든 관리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많은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영상회의를 통한 비대면 회의, 원격근무 확산 등으로 온라인 협업툴 활용을 통한 업무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제품 설계, 부품 구매, 생산품질관리, 시스템 운영 등 주로 사무직과 IT 관련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영업 측면에서도 단순한 대기업 하청 구조에서 탈피해 해외 고객 확대, 애프터마켓 진입 등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데이터의 기업 공유와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 제조업 활성화는 단순 공장 단위를 넘어 산업 전체 밸류체인에 대한 공급망 관리, 고객 경험, 기업 협업 등 의미 있는 데이터가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확산을 위해 올해 안에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이 제정된다고 하며, 이를 통해 기업 간 데이터 공유와 협업 활성화도 촉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위기는 국민 일자리 감소와 안정적 소득 창출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유의점은 디지털 전환이 제조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일 뿐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 도입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제조 기업 상황에 맞는 디지털 전환 거버넌스를 설정하고 급변하는 대내외적 변화에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김정하 티라유텍 대표이사 jason@thiraute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