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검수완박 '강행돌파' VS '속도조절' 극한대치

민주당, 내부 여전히 찬반 논란
문 대통령, 유보 입장 고수
尹 "민생 집중" 한발 물러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수완박'을 두고 국회 내 갈등이 더해지고 있다. 19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회를 찾아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고,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했지만 별다른 중재안 없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은 19일 “대통령님 말씀처럼 검찰의 의견을 질서 있게 표명하고 국회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 구성원을 대표해 제가 국회에 직접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라며 “국회 법사위원회에 의견 낼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문 대통령이 김 총장에게 “검찰 내 의견들이 질서있게 표명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한 것이 배경이다.

앞서 여야 정치권은 검수완박과 관련 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에서도 이에 대한 별도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김 총장을 통해 국회에 검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라고 조언했다. 정치권은 사실상 임기말 부담이 있는 사안인만큼 관련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여야 모두 청와대가 유보입장을 고수하는데 불만을 표하면서도 검찰의 입장을 듣는 시간적 여유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지만 별도 중재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양당은 쟁점 사항을 다시 정리하고 합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재검토 기한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상호 입장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오후 법사위 법안소위에는 김 총장이 직접 출석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늦어지는 수사 문제와 검수완박의 위헌 가능성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검찰개혁과 관련 한 일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왔고 김 총장은 “본인 역시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당사자 중 한명으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소상히 해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총장은 국회에 검찰 수사권 관련 중재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장은 검찰수사 공정정·중립성 확보를 위한 특별법 국회 제정 및 수사권은 폐지하고 수사지휘를 부활시키는 방법 등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시 강행과 속도조절 의견이 맞붙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검수완박 당론채택을 결정했지만, 실상은 찬반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김 총장 면담 발언에 대해 검찰개혁을 주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한 지상파라디오 방송에서 “시기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이익을 지키는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해달라는 주문”이라고 했다. 반면,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라디오방송에서 “검경수사권 분리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고 힘있게 추진해야 하지만, 국민들에게 검찰개혁 이야기만 보이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재차 속도조절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검수완박 관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별다른 입장을 표하지 않으며 신중모드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차원에서 우려를 표하기는 했지만, 윤 당선인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검수완박에 대해 한발 물러선 자세를 취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검수완박 이슈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만큼, 윤 당선인도 차기 정부 인수를 앞두고 지켜보고 있다”라며 “여야가 국민 삶에 집중해 민생 회복 관점에서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