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테슬라의 판매량이 올해 들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가 반도체 공급난 등을 이유로 국내 배정 물량을 크게 줄인 영향이다. 경쟁력을 갖춘 국산·수입 전기차가 쏟아지며 테슬라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테슬라는 국내에서 2702대를 판매해 작년 동기(4070대) 대비 3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2만7853대로 작년 동기(1만763대) 대비 158.8%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테슬라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작년 한 해 17.7%를 기록한 테슬라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9.7%로 8.0%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에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40%대로 치솟았다.
테슬라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국내로 들여오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주력 차종 모델3는 1분기 판매 대수는 2698대로 작년 동기 대비 31.5% 줄었다. 같은 기간 모델Y 판매량은 4대에 불과하다. 모델S는 1대도 출고하지 않았다. 작년 한 해 테슬라는 모델3 8898대, 모델Y 8891대를 팔았다.
올해 판매 전망도 밝진 않다. 테슬라 역시 세계적 반도체 대란에 공장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테슬라 차량을 기다리는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계약자들 사이에선 본사가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적은 국내 출고 물량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테슬라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차량 가격도 수차례 인상했다.
테슬라 빈자리는 국산·수입 전기차들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작년과 달리 다양한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졌다. 1분기 현대차 아이오닉5는 6715대, 기아 EV6는 3795대, 제네시스 GV60은 1202대가 팔렸다. 경쟁력 있는 신차가 나오자 테슬라 계약을 취소하고 최신 모델로 갈아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본격 판매에 들어간 수입 전기차들은 사전 예약에서 잇달아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폴스타2는 4000대, 볼보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는 2000대를 넘어섰다. BMW i4 역시 초도 물량인 3700대가 완판됐다.
업계는 올해 전기차 시장이 작년 판매량의 두 배 수준인 2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총 20만7500대에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전기 승용차는 16만4500대로 지난해(7만5000대)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