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봉쇄령이 장기화된 가운데,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정집 입구까지 철제 펜스를 설치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은 중국 방역당국이 최근 상하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에 대한 조치의 일환으로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500만 인구에 달하는 상하이는 중국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경제수도로 지난 4월 1일부터 거의 한달 가까이 강도높은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25일 상하이시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전날(24일) 코로나19로 5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코로나보다도 강도높은 봉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말해주듯 예고도 없이 철조망을 설치하고 상하이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는 모습이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에 한 누리꾼이 공개한 사진에는 가정집 대문 앞에 약 2m 높이의 녹색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실제로 영국 BBC와 인터뷰한 한 상하이 거주민은 “3일 전 어떤 설명도 없이 집 앞에 철제 펜스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누구도 나갈 수 없다. 무력하다. 언제 폐쇄가 끝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철조망은 건물 주변에서 코로나19 양성자가 발생했을 때 설치되는데, 문제는 한 세대에서 1명의 양성자만 나와도 건물 전체를 봉쇄한다는 것이다.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는 것이 거주민들의 주장이다. 당장 화재가 난다면 탈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불안에 떨기도 했다.
네덜란드 매체 소속 중국 특파원인 에바 람멜루도 자신의 트위터에 상하이의 현재 상황을 공유했다. 그는 화재 영상을 공유하며 “당시 모든 곳이 막혀 소방차가 건물까지 진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화재가 발생한 한 상하이 주택가 영상을 공유하며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철조망을 제거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국이 전염병 예방법만 내놓을 뿐 화재 방지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부터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4월의 목소리’(四月之聲)라는 6분 분량의 짧은 영상은 상하이 봉쇄 실태를 고발한다. 3월 15일 상하이시 당국자가 방역 관련 기자회견에서 “봉쇄는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을 시작하는 이 영상은 발표와 달리 단계적 봉쇄로 고통을 겪는 상하이 주민들의 사연이 담겼다.
영상에서 방역 요원은 격리 주민에게 외부 음식을 버리라고 한다. 이에 격리 주민이 “그럼 난 뭘 먹으라는 것인가?”라고 답하자 방역 요원은 “그건 내 알 바 아니다”라며 막무가내로 명령한다. 이 외에도 자식에게 먹일 해열제가 없어 이웃에게 호소하는 어머니, 위중한 아버지를 받아줄 병원이 없다는 자식 등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잇는다.
영상을 제작한 Cary라는 누리꾼은 “영상에는 내개인적인 의견이나 관점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며 담긴 소리가 모두 중국 SNS를 통해 공유된 수많은 상하이 주민들의 녹취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영상들이 돌연 삭제되고 있어 중국 당국의 ‘검열’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운로드 받은 영상을 다시 재공유하거나 썸네일을 바꿔 재게재하는 방식으로 당국의 정책을 고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이어가고 있는 것. 또한 일부 주민들은 설치된 철조망을 부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