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간밤 비상 계엄을 선포한 뒤 6시간 만에 해제하면서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영화 '서울의 봄'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 군사반란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당시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두광'으로,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신 소장은 '이태신'으로 전두환 이후 정권을 잡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노태건'으로 묘사했다.
영화가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거두면서 극중 전두광의 대사인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비상 계엄을 선포하자 온라인에서는 영화와 대사가 다수 인용되면서 “지금 대통령실은 이러고 있는 건가”, “서울의 봄 다큐였냐”, “서울의 봄 엔딩 크레딧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등 여러 반응이 나왔다.
엔딩 크레딧은 전두광이 군사 반란에 성공한 뒤 보안사령부 앞에 가담자들과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각 캐릭터를 줌인하고, 그들이 향후 어떤 보직에 올랐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서울의 봄' 뿐만 아니라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등을 다시 보고 있다는 글들도 온라인에 다수 올라왔다.
또한 SBS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꼬꼬무)가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에피소드에도 최근 댓글이 다수 게재됐다. 네티즌들은 “이 영상보고 피끓어서 한 번 시도해 본 거냐”, “역사가 실제로 일어났다”, “실제화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태를 패러디한 자조적인 밈(meme)들도 다수 등장했다. '서울의 봄' 전두광 대신 윤석열 대통령을 합성한 '서울의 겨울' 포스터는 조회수 70만회 이상을 기록했으며 좋아요는 7900개를 넘었다.
레딧 등 미국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밈들이 나왔다. 1948년 11월이라고 적힌 달력을 보는 남성에게 여성이 휴대전화를 보며 “한국엔 계엄령이 선포됐고, 이스라엘은 아랍과 싸우며, 모두가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말하는 만화다. 1948년 전 세계 정세가 현재와 흡사하다는 것을 빗댄 내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Nothing'이라고 외치는 여러 밈들도 공유됐다. 비상 계엄을 선포한 지 약 150분 만에 국회에서 190표 전원 찬성으로 해제 요구가 가결되고 무효를 선언한 상황을 그린 것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