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 옴부즈만에서 꽤 재미있는 규제 개선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즐길 만한 과실 맥주에 대한 개선이다. 이전까지 주세법은 맥주에 들어가는 과실 중량이 20%가 넘을 경우 맥주가 아니라 기타 주류로 분리하도록 정했다. 따라서 과실을 듬뿍 넣어 맛·향·풍미가 좋은 과일맥주는 맥주로 표기할 수도 없고, 홍보할 수도 없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해 과실 중량 기준을 50%로 높이기로 했고, 2월에 주세법을 개정했다.
단순한 규제 개선이지만 이 규제 개선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장담컨대 그 효과는 꽤 클 것 같다. 아마 새로운 수제맥주·과일맥주 시장이 열리고, 관련 창업과 연구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과일향 진한 맛있는 맥주를 즐기면서 새로운 시장과 소비 트렌트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독일, 벨기에 등 해외에서는 전체 재료에서 50% 중량을 차지하는 과일 맥주가 유행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유행을 보는 날이 멀지 않았고, 그 과정을 옴부즈만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 생각건대 과실맥주를 만드는 크고 작은 기업들 역시 지금쯤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각종 맥주를 만드는 데 신났을 것으로 여겨진다.
규제 개선이라는 것은 이렇다. 문턱을 조금만 낮춰도 기업이 살고, 시장이 열리고, 트렌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 효과는 어떤 기업이나 산업에 집중한 지원책을 펴는 것보다 훨씬 주효할 때가 많다. 옴부즈만으로서 4년 동안 생맥주 배달 규제 개선, 한국도로공사 매출채권 양도 금지 개선, 만화카페 복층 규제 개선 등 크고 작은 규제 개선과 고충을 해결해 오면서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다.
이렇듯 규제 혁신은 개인과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가성비 좋은 방안으로 기업이 의욕적으로 투자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 주고, 기업인이 신명하게 춤추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제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윤석열 당선인이 경제 단체들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 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말 기업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규제와 고충이 해결되면 될수록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나아질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기업은 기업 경쟁력과 환경, 안전에만 신경 쓰게 하고 과감한 규제 혁신을 해보면 어떨까.
중소기업, 소상공인과 관련된 규제 혁신은 어떤 분야보다도 그 효과가 즉각적이고 크다고 자신할 수 있다. 대기업은 많은 인력과 자금을 갖고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관련 규제에 대한 해결 여부에 회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과실맥주 사례처럼 작은 규제 혁신만으로도 기업이 살고 시장이 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반대로 한국도로공사의 매출채권 양도 금지 규제처럼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기업이 생존조차 어려운 사례가 많다. 중소기업 규제 개선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새 정부와 윤 당선인의 기조가 각종 규제 완화와 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규제와 애로 해결을 전담하면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전달하는 '호민관' 역할을 맡은 게 옴부즈만의 임무인 만큼 새 정부의 규제 혁신과 고충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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