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마켓 사업자의 자체 인앱결제 시스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세계 최초의 입법 규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률'이 시행된 지 약 6개월이 지났다. 초기에 업계 우려와 달리 대표적 앱마켓 사업자 구글은 개정법 준수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는 모습이다.
구글은 개정법 취지에 따라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외에 제3자 결제 방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결제 정책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매출 규모와 인앱결제 시 사용되는 결제 시스템 종류, 해당 앱 사업 분야 등을 기준으로 차등 수수료율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변경된 구글의 결제 정책에 따르면 앱 개발사는 앱마켓 인앱결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제3자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이 작년 9월 결제 정책 변경 이후 약 1년 6개월간 집행을 유예해 왔던 결제 정책을 올 4월 실제 집행하겠다고 발표하자 '아웃링크'라는 새로운 이슈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아웃링크 결제는 앱마켓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일부 앱 업체가 시스템 외부 결제를 유도하던 방식이다.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과 함께 올 4월부터 금지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앱마켓의 아웃링크 금지 행위를 두고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하고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다.
아웃링크 이슈는 이용자, 개발자, 창작자, 앱마켓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방통위의 검토가 얼마나 포괄적이고 심층적으로 이뤄졌는지는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가장 먼저 방통위가 최근 아웃링크 이슈 관련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앱의 실질적 이용자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아웃링크 결제 방식은 앱마켓 외부의 웹페이지로 이용자를 연결(아웃링크)해 결제 정보를 입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선택지를 늘림으로써 사용 편의성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아웃링크 시스템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성급하고 무분별한 아웃링크 결제 허용은 이용자의 금융 정보 및 개인 정보 노출 사고를 야기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면서 입점 플랫폼 사업자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회피하고자 하는 논리가 과연 시장 경제 원리에 부합한 지도 의문이다. 이는 홈쇼핑 채널이나 백화점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처를 제공하는 사업자엔 한 푼의 수수료도 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제3자 결제 시 외부링크를 허용해 달라는 것은 디지털 재화 결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주 수익원인 앱마켓 사업자에 수익을 취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법의 해석을 두고 방통위가 과연 생태계 구성원과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방통위는 앱마켓 사업자를 상대로 자사에 유리한 결제 방식을 동원하고자 한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콘텐츠 업체를 회원사로 둔 '인터넷기업협회'에 대해서는 7건의 의견 가운데 6건 모두를 법률 개정에 수용했다. 반면 구글, 애플,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앱마켓 사업자가 제시한 총 10건의 의견에 대해서는 한 건도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르면 '아웃링크'가 과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률의 해석 범위에 포섭되는지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이다. 이런 형국에서 사실상 법 개정에 준하는 변경을 방통위가 유권해석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위한 유권해석인지 아쉬움이 남는다. 앱마켓 수수료를 통행세, 자릿세, 갑질 등으로 호도하는 국내 빅테크 기업의 횡포에 동조해서 정작 규제돼야 할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의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재하다는 점이 안타깝다.
방통위의 규제에 따라 결국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대형 개발사는 이익을 얻게 되지만 중소 개발사에 대한 보호 조치는 법 개정 후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중소 개발사는 사라지고 네이버, 카카오 등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개발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법으로 그 취지가 변질되는 모습이다.
방통위가 아웃링크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이익은 중소 개발사를 제외한 네이버나 카카오 등 공룡 플랫폼 기업에 편중될 수 있다. 중립성을 확보하고 실제 상황과 앱마켓 시장의 논의를 주도하는 여론 간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이해관계에 있는 중소 개발사와 창작자의 실익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 때다.
김억환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 ekim@c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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