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세계 완성차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커넥티드카 운용체계(OS)를 개발하면서 1차 협력사 지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완성차 제조사별 요구사양이 각기 달라 대응하는 데도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 부담이 커진다.
현대차그룹(ccOS), 폭스바겐(VW.OS), 메르세데스-벤츠(MB.OS), 토요타(아린 OS) 등이 OS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투자를 늘려 기술을 내재화하고 자사만의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제조사는 지난 2018년 전후로 SW 플랫폼 거버넌스의 확장 필요성을 깨달았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영향이 컸다. 테슬라는 중앙 집중형 전자제어(E/E) 아키텍처 설계로 차량 내 서비스와 성능을 무선 업데이트(OTA)로 개선하면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는 기능별로 부품을 발주하고, 여러 1차 부품사가 제안한 부품 중 하나를 채택해 자동차를 생산했다. 기능 구현에 필요한 SW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사가 OS를 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차 부품사는 하나의 부품을 개발해 여러 고객사에 판매하기 어려워졌다. 각사 아키텍처가 모두 달라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일부 완성차 제조사와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 신생 전기차 업체도 있어 별도의 자체 기술도 유지해야 한다.
완성차 제조사가 SW 기술력을 내재화하면서 이들과 협업하려는 부품사도 SW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유망 미래차 기술 스타트업에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가 SW 플랫폼과 아키텍처를 디자인할 때부터 같이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폭스콘과 같은 일부 업체는 하드웨어(HW) 대량 양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1차 부품사도 상당히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SW 회사로 거듭나려는 회사도 있지만 HW에 집중해 물량을 늘리려는 업체도 나온다. 당분간 혼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