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과학교육수석이나 문재인 정부의 과기 보좌관 대신 '과학기술비서관'을 두는 방향으로 대통령실 과기분야 직제를 구성한다. 기술 패권경쟁 시대를 앞두고 대통령에게 직접 과학기술정책 방향성에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수석급 과학기술·미래산업 전담 조직을 두지 않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과학·정보통신기술(ICT) 홀대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7일 인수위와 과학기술 분야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조직 슬림화 기조에 따라 경제수석실 산하에 과학기술비서관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조직법 개편 등 과정을 감안해 오래 회자된 '과학기술부총리'도 신설하지 않기로 했다. 과학교육수석과 과기부총리 신설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공약이었다. 안 위원장은 최근에도 과학교육수석을 신설해 달라고 공식 제안했지만 최종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대통령실 조직은 당선인 측에 확인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과학교육수석 신설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안 위원장은 제안한 것이고, 결정은 당선인이 하게 될 것”이라며 과학교육수석 신설 무산을 부인하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과기 홀대론'이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2실(비서실·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등 대통령실 필수 기능만을 유지하는 정부 슬림화 기조를 감안하더라도 윤 당선인이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의 핵심 원리이자 국가 어젠다로 강조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기계는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1위가 되기에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인구가 부족하고, 과학기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학기술이 1번(최우선)이 돼야 하고, 청와대 수석을 비롯해 과학기술 특화를 끌어내도록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장은 “한국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가야 하는 당위성을 모두 인정하는 상황에서 정책, 관리, 성과평가 시스템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가 기획재정부 아래에, 청와대에서도 경제수석 아래에 과기비서관이 놓이는 상황이면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면 정부와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수석 조직 대신 민관합동위원회를 대통령과 과학기술 분야 정책 조언과 소통 조직으로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민관합동위원회 위원장과 사무국만큼이라도 제대로 된 전문가로 인선하고,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