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계해야 할 미·일 반도체 동맹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기술 동맹 소식이 들려온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을 방문한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반도체 협력 추진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협력 대상으로는 2나노미터(㎚) 미만 선폭 기술, 미국 인텔의 '칩렛' 기술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에 뒤처진 일본, 안정적인 핵심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공들여 온 미국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기술 동맹이다.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두 나라의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 각국은 지금 소재·부품에서 장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안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제조시설 생산과 원재료 공급에 차질이 반복됐다.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또 한 번 공급망 관리에 변수가 생겼다. '경제 안보'가 각 나라 정부의 주요 키워드가 될 정도로 첨단 산업 공급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자국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0~22일 방한 예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하고, 주요 그룹 총수를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과 관련한 투자와 협력이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주요 강대국과 경쟁하면서 협력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면서도 치밀한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때다. 꾸준한 투자로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한층 더 벌려 놓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에서 홀로 낙오하지 않도록 과감한 기술 동맹도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긴밀한 공조 관계 속에 해법 찾기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