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글로벌 현장을 가다]佛 슈나이더일렉트릭 “DX로 지속 성장”

전자신문 창간 40주년 특별기획 [대한민국 대전환 'ON'] [1부] 산업 디지털 전환

<7>글로벌 디지털 전환 현장을 가다-프랑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디지털 전환 글로벌 현장을 가다]佛 슈나이더일렉트릭 “DX로 지속 성장”

#'1836년'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설립된 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이 프랑스 혁명 이후 1832년에 발생한 6월 항쟁을 다뤘다는 점에 비춰보면,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존재 자체가 프랑스 근현대사를 대변한다. 1차 산업혁명 시대에 출발한 프랑스 국민기업은 2~3차 산업혁명을 거쳐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을 지속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스마트빌딩, 스마트공장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는 슈나이더일렉트릭 프랑스 본사를 방문, 디지털 전환 현장을 취재했다.

알레한드로 솔리스 길 슈나이더일렉트릭 이사가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에서 오픈 아키텍처 에코 스트럭처(EcoStruxure) 운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솔리스 길 슈나이더일렉트릭 이사가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에서 오픈 아키텍처 에코 스트럭처(EcoStruxure) 운용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

파리 도심 에펠탑에서 서쪽 외곽 국제업무지구 신도시 '라데팡스'를 지나 차로 7㎞ 정도 달리면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교외 도시가 등장한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지난 2008년 엑손모빌, 아스트라제네카,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이 즐비한 뤼에유 말메종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고 디지털 전환 시대 서막을 알렸다.

슈나이더일렉트릭 본사 '하이브(Hive)'는 세계적 스마트빌딩이다. 배전, 통신, 냉난방, 조명, 환기, 보안 등 끊임없이 증가하는 네트워크를 각각 수용하는 방식을 탈피해, 3만5000m²에 달하는 빌딩의 모든 시스템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매년 디지털 전환·에너지 관리에 지속 투자했다. 건물 곳곳에 탑재된 수많은 센서가 온·습도, 재실 인원 등을 파악해 적정 조명과 냉난방 수준을 실시간 판단해 관리한다.

'하이브'의 연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2009년 150㎾h/㎡에서 2010년 110㎾h/㎡, 2012년 78㎾h/㎡로 지속 감소했다. 이는 당초 에너지절감 목표보다 47% 더 줄어든 수치다. 그 결과 하이브는 빌딩 중 세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ISO 50001(에너지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인 영국 브리엄(BREEAM)에서도 빌딩 중 최초로 6성급 '우수' 등급을 받았다.

특히 하이브 빌딩의 모든 에너지와 시스템은 슈나이더일렉트렉이 자체 개발한 오픈 아키텍처 '에코 스트럭처(EcoStruxure)'를 공유하고 빌딩관리시스템(BMS)이 제어한다. 인터넷프로토콜(IP) 냉난방공조(HVAC) 제어 모니터링, 비디오 감시, 액세스 제어, 침입자 감지, 전기·열 측정 등 빌딩 내 모든 시스템을 통합 운영한다.

베르나르디노 고메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매니저가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에 구축된 지열발전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베르나르디노 고메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매니저가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에 구축된 지열발전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솔리스 길 슈나이더일렉트릭 이사는 “에코 스트럭처는 배전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디지털화하는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지원 플랫폼”이라면서 “스마트빌딩은 물론 가정, 데이터센터, 사회간접자본시설(SOC), 공장 등 각종 산업현장에 접목해 커넥티드 제품부터 에지컨트롤, 앱, 분석·서비스까지 모든 아키텍처 레벨에서 혁신 기술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2014년부터 하이브 빌딩 내 태양광과 지열발전 인프라를 구축,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 전력공급사와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등 노력으로 지난해 에너지소비량이 입주 13년 만에 절반을 넘어 3분의 1로 줄었다. 슈나이더는 2030년까지 하이브에 근무하는 전 직원이 전기차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전기자동차 충전 솔루션 '이비링크(EVLink)'를 확충할 계획이다.

베르나르디노 고메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매니저가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에 구축된전기자동차 충전 솔루션 이비링크(EVLink)을 소개하고 있다.
베르나르디노 고메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매니저가 스마트빌딩 르 하이브(Le Hive)에 구축된전기자동차 충전 솔루션 이비링크(EVLink)을 소개하고 있다.

베르나르디노 고메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매니저는 “AI 기반 에지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된 이비링크가 직원 출입증을 읽어 외근직 차량을 우선 충전시키고 내근직 차량은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자동 충전시킴으로써 과부하를 방지한다”면서 “항상 15℃ 수온을 유지하고 있는 지하 40m 물을 끌어 올려 겨울에는 난방용수로 여름에는 냉방용수로 사용해 전력소비량을 20% 줄이고 겨울철 도시가스 소비량을 35% 줄였다”고 말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직원이 스마트팩토리 르 보드레이(Le Vaudreuil)에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각종 장치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직원이 스마트팩토리 르 보드레이(Le Vaudreuil)에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각종 장치에서 수집되는 데이터 현황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공장 '르 보드레이(Le Vaudreuil)'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세계 최고 스마트공장 슈나이더일렉트릭 '보드레이(Vaudreuil)'를 찾아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로 떠났다. 영국해협을 끼고 파리로 흘러가는 세느강을 품은 노르망디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을 유도하며 프랑스 제조업 부활을 선도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로봇, AI 등 스마트공장 공급사업을 확대하며 프랑스 제조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극복하는 한편, 업무환경을 개선해 청년들의 발길을 제조업으로 이끌고 있다.

1975년 설립된 보드레이 공장은 2018년 4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고 스마트공장으로 변모했다. 14만2000㎡ 규모 공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360여명은 주로 산업용 스위치로 불리는 '접촉기(Contactor)'나 고객 맞춤형 '가변 속도 드라이브' 등을 조립한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인간과 로봇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코봇화' △생산 과정에서 시간·물자 낭비를 없애 효율을 높이는 '린(Lean) 제조 소프트웨어' △이동형 로봇 도입 등 공정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에지컴퓨팅, 클라우드,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플랫폼을 통해 공장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생산성을 7%까지 높였다.

보드레이는 세계경제포럼이 제조업 혁신을 위해 2018년부터 전 세계 공장을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는 '디지털전환 등대공장'으로 제도 시행 첫해 이름을 올렸다. 디지털화, 고도화·예측분석, 가상·증강현실(VR·AR), I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는 평가다. 현재 슈나이더일렉트릭은 프랑스 보드레이를 포함해 중국 우시, 인도네시아 바탐, 미국 렉싱턴 등 세계 4개 지역에 등대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스마트팩토리 르 보드레이(Le Vaudreuil)에서 이동형 로봇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스마트팩토리 르 보드레이(Le Vaudreuil)에서 이동형 로봇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보드레이 공장은 디지털 플랫폼에 연결된 IIoT 센서로 에너지 소비, 폐수 소비, 물 소비, 온실가스 배출 등 데이터 가시성을 높여 에너지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보드레이는 지난 3월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 6개 '지속가능성 등대 공장' 중 두 번째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비르지니 리고도 슈나이더일렉트릭 보드레이 허브장은 “전력 소비를 25%, 자재 낭비를 17%,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5% 줄였다”면서 “AI 알고리즘이 모니터링·분석하는 물 재활용 스테이션을 구축해 물 사용량을 64%나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스마트팩토리 르 보드레이(Le Vaudreuil)에 구축된 자동화 공정 현장.
슈나이더일렉트릭 스마트팩토리 르 보드레이(Le Vaudreuil)에 구축된 자동화 공정 현장.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슈나이더일렉트릭은 1836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글로벌 에너지관리·자동화 전문기업이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정 자동화로 공정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19세기에는 철강·중장비·조선 산업에 주력했고 20세기 들어서 전력·자동화·제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디지털 혁신과 통합 에너지관리 솔루션 공급에 주력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주택, 빌딩, 공장, 데이터센터, 오일·가스, 조선업과 중공업 등 전력을 사용하는 산업 전 분야에서 공정 자동화와 에너지관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 187년간 130여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약 17만명 임직원을 둔 글로벌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했다.

디지털 전환 성과를 앞세워 2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회사는 가장 중요한 기업 철학으로 '지속가능성'을 내걸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공급업체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고객들은 지난 5년 동안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1억1800만톤 이상 감축하는 성과를 냈고 회사는 지난해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선정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리(프랑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