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후보로 뛰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란히 출마를 선언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여야가 대표 거물급 인사를 선거 전면에 나선 셈이다.
8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인천 계양산에서,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나란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고문은 인천 계양을에, 안 전 위원장은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다.
이 상임고문은 출마 선언을 통해 “깊은 고심 끝에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정면돌파를 결심했다”며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 전 위원장은 앞서 6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에 출마해 당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여 만에 대선 주자들의 선거전 재등판이 이뤄진 셈이다. 그동안 대선 패장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숨고르기를 해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고문의 경우 0.73%포인트(P) 차로 석패한 이후 지속적으로 당원과 지지자로부터 등판 요구를 받아왔다. 안 전 위원장 역시 대선이후 바로 인수위원장 활동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유지했다.
다만 당초 기대됐던 이 고문과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고문은 분당갑 지역에 연고가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는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계양을을 택했다. 안 전 위원장은 “(과거 분당)허허벌판 시절 안랩의 사옥을 지었던 곳”이라며 분당갑 지역과의 깊은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민주당 상임고문인 이 전 지사를 인천 계양을에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역시 9일까지 성남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 선거구 후보를 추가로 공모키로했다. 안 전 위원장 출마를 위한 길을 터 주는 것과 동시에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양당을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의 출마로 지방선거 역시 대선급으로 판이 커졌다. 특히 이 상임고문과 안 전 위원장이 출마가 더불어민주당 김동연과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간 치르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 포인트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를 서울·수도권으로 보는 만큼 그 결과가 대선에 이은 민심 바로미터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이 고문과 안 전 위원장은 이번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다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고문은 원내 활동을 통해 당내 계파를 더욱 확대하고 당 장악력을 더욱 곤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위원장 역시 최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상황을 빠르게 교통정리하고 당내 입지를 키우는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통해 내년 당권에 도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예상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