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국내 은행업권 처음으로 핵심 계정계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지 못하고 유지해온 계정계 시스템에 혁신을 가해 디지털 네이티브 뱅크로 도약을 시도한다. 국내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도 계정계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구현한 사례가 없어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국민은행은 기존 메인프레임 중심 계정계 시스템을 최신 아키텍처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으로 전환하는 코어뱅킹 현대화 사업에 착수한다. 정보계와 채널계는 더케이 프로젝트로 고도화했지만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계정계 메인프레임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로 계정계 메인프레임을 x86 서버와 리눅스 기반 최신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으로 전환, 플랫폼금융 환경에 대응한다. 외부 연동 업무뿐만 아니라 내부 업무까지 API 방식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IT 환경을 마련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로 계정계 시스템을 현대화한다. 최신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하되 언제든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유연하게 적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메인프레임에 최적화된 코볼 아키텍처 기반에서 구현하기 어렵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계정계가 은행 업무를 좌우하는 핵심 시스템인 만큼 현대화 사업 과정에서 고객 금융 업무에 불편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계정계 시스템과 신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병행 운영하기로 했다. 신규 기능도 기존 계정계와 새로운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에 동시 부여,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도 다른 쪽에서 정상 기능을 유지하도록 전략을 수립했다. 리소스와 인력이 두 배로 들지만 핵심 은행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으면서 코어뱅킹을 현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계정계 구축사업' 대신 '계정계(코어뱅킹) 현대화 사업'으로 프로젝트를 명명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IT서비스 기업에 외주를 맡기고 목표 기간 안에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는 빅뱅 방식을 탈피했다. 유연한 빅테크·핀테크 기업처럼 상시조직인 '코어뱅킹 혁신팀'을 발족했다. 개별 사안마다 애자일하게 조직 규모를 키웠다 줄였다 하면서 개발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신 외부 기술 전문가 참여, 개발툴,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은 적극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탈(脫) 메인프레임'을 결정하고 계정계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방안을 준비해 왔다.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박기은 전무를 2021년 4월에 영입하고 지난 1년 동안 클라우드 기반 계정계 구축 밑그림을 그렸다. 박 전무는 “대략 2~3년 동안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지만 목표 일정을 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내부 인력이 개발을 주도하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가장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낙후한 계정계 시스템을 최신 클라우드 기술로 현대화함으로써 가장 앞선 디지털 네이티브 뱅크로 도약하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계정계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구현하는 것은 국내에서 첫 시도다. 반면 해외에서는 JP모건, 영국 로이드뱅크, 스탠다드차타드(SC)가 글로벌 금융 서비스 환경에 맞춰 계정계를 클라우드로 전환했거나 구현을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 대형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계정계를 클라우드에 구현하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