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T기술자 '한국인 위장 취업' 경계령

美 "국적 속여 세계 곳곳 수천명 근무"
SW·앱 개발 등 다양한 업무 참여해
벌어들인 자금 '핵 무기' 제작 지원
채용 절차에 생체인식 활용 등 당부

미국 정부가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에 관한 경계령을 내렸다. 북한이 핵무기 등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고도로 숙련된 IT 인력을 한국인이나 중국인으로 위장시켜 기업에 침투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17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국무부, 재무부, 연방수사국(FBI)이 1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고 지침을 주요 기업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국적으로 속인 인력 IT 기술자 수천명을 세계 각국 기업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 등을 활용한 원격근무 형태로 정체를 숨긴 채 일하면서 북한으로 자금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자금이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피해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경고 지침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은 소프트웨어(SW)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에 관련한 수요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 기업과 프리랜서 형태 고용 계약을 체결한다. 이들은 비즈니스, 암호화폐, 건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SW·앱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
<EPA=연합>

미국 정부는 기업들이 이 같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급여를 제공하면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들이 미국 또는 북한 이외 국가에서 접속한 원격 근로자로 표시하는 것은 물론 제3 국적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형태로 자신의 신원을 숨긴다고 설명했다. 가상사설망(VPN), 가상사설서버(VPS), 위조·도난 신분증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고 지침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은 온라인 영상회의 참여를 거부하거나 급여를 암호화폐로 지급할 것을 요청하는 등 고용주가 주의해야 할 특징을 보인다. 또 근무자와 계좌 소유주 정보가 일치하지 않거나 중국 은행계좌로 송금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이 채용 절차에서 당사자와 영상으로 인터뷰하는 한편 생체 인식 로그인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 IT 인력이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벌어들인 자금 대부분은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파악했다.

미 국무부는 별도 성명에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직접 지원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불법적 수익 창출 활동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