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나흘 만에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추 부총리는 전통시장에서 닭갈비·국수·빈대떡을 샀고,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신임 장관의 현장 방문은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어디로 현장 방문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코로나19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만나는 현장 방문은 더더욱 화제가 된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 홍남기 전 부총리는 첫 현장 방문 장소로 기업을 택했다. 일자리를 강조한 정부 정책 방향을 보여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추경호 부총리가 전통시장을 찾은 것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 소상공인을 지원하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부총리와 상인 간 대화에서 간담회 주제는 물가 및 추경이었다.
첫 현장 방문이지만 추 부총리는 막힘없이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전통시장 현장 방문은 기업을 찾아가는 현장 방문보다 변수가 많다. 한정된 장소인 기업과 달리 전통시장은 일반 시민들을 어디서든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이런 부분에서 정치인 경력을 십분 발휘했다. 닭갈비집, 제면소, 빈대떡집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시민과 인사와 대화를 나눴다. 시장을 소개하던 상인회장이 운영하는 방앗간을 즉석 방문하고, 사진을 찍는 시민에게 자연스럽게 'V'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애초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려던 상인과의 간담회도 전체 공개로 변경했다.
추 부총리는 취재진에게도 추경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다음 주 주말까지 마무리하는 게 좋다”며 “심사는 잘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한 추경안이 처리되면 사흘 이내에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첫 현장 방문에서 가감 없는 소통 능력을 보여 줬지만 추 부총리 앞에 놓인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이번 추경은 대규모 초과 세수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추가로 재정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는 당분간 높은 상황이 유지될 것이고, 대외 변수가 많아서 언제 안정될지도 미지수다. 상황이 지속되면 현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도 있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 행보가 단순히 '행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을 찾은 발걸음이 실제로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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