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과 모바일 결제솔루션 제공업체 텔큐온 간 대금정산 문제가 불거지면서 피해 여파가 NH농협은행을 포함해 제휴사 10여곳으로 번졌다. 연동을 통해 각 제휴사 앱에서 제공하던 모바일 교통카드 결제 기능 등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대표 나희승)은 모바일 교통카드 애플리케이션(앱) '레일플러스'의 선불 충전결제 모듈을 제공해 온 텔큐온 측에 올해 계약 해지 공문을 보냈다. 갈등은 지난해 텔큐온이 보관하고 있던 고객 충전금 약 20억원을 코레일 측에 정산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텔큐온이 대금을 지불하지 않자 코레일은 텔큐온과의 계약을 파기했고, 동시에 외부 제휴사와의 서비스를 연결하던 시스템 구간도 차단했다.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 교통카드' 서비스의 신규 등록과 잔액 충전을 3월부터 전면 중단했다. 현재는 기존 충전 금액의 결제만 지원하고 있으며, 잔액이 소진될 경우 서비스 자체를 중단할 계획이다.
한 제휴사 관계자는 19일 “텔큐온이 중간에 있더라도 우리는 코레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면서 “코레일이 계약 해지 이후에도 다른 사업자를 물색하지 않고 수개월 동안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일플러스는 티머니·캐시비처럼 지하철과 버스, 기차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 전국 단위의 선불 교통카드 플랫폼이다. 편의점 결제·충전 지원 등 사용처 확대에 힘입어 이용자가 2019년 말 기준 83만명으로 늘었다.
레일플러스는 자체 앱 이외에 외부 제휴사 앱에서도 교통가능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텔큐온과 제휴를 통해 충전·결제 외부 연동을 지원했다. 스티커 방식을 통해 아이폰에서도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를 사용할 수 있는 텔큐온의 '삑(BBIK)' 모듈을 활용했다. 가상계좌나 신용카드 등으로 텔큐온 계좌에 선불금을 충전하고, 이를 코레일에 사후 정산하는 구조다. 텔큐온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이 선불금을 정산 시점에 코레일에 제대로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이 코레일 측 입장이다.
코레일은 20억원 정산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텔큐온 측에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또 자체 비용을 들여서 신규 시스템을 개발, 오는 2023년 2월까지는 제휴 서비스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적절한 자금 회수 계획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는 등 코레일의 안이한 운영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유사한 사례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에서 대금을 미리 받아 리스크를 해소하는 방식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객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이미 충전한 선불금을 기한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텔큐온 미정산금 20억원에 대해서도 일단 코레일이 부담할 것”이라며 “내부 자체 개발을 통해 제휴사 서비스도 이른 시일 내 재개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