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 기업들이 디지털전환 시대, 기후 위기 파고를 넘어 순항하고 있다. 관광대국, 축구의 나라로 익숙한 스페인인데 막상 들여다보니 통신, 전자, 에너지, 우주·항공, 건설 등 산업 강국 면모를 갖추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지속해온 스페인 기업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도전 DNA'를 앞세워 유럽과 중남미를 넘어 세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직접 찾아 세계 5위 이동통신회사 '텔레포니카', 유럽 1위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 파이낸셜타임즈가 선정한 급성장 스타트업 '아르키메아'를 방문해 디지털 전환 현장을 취재했다.
마드리드 중심부에서 동북부로 40여분 정도 차로 달리면 스페인 1위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 본사 '디스트리토 텔레포니카'가 등장한다. 유리로 지어진 4개 10층 건물과 8개 4층 건물에는 1만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1924년 설립된 텔레포니카는 지난해 매출 392억유로(약 52조원)를 달성했고 임직원은 전 세계 10만명이 넘는다. 가입자 수는 2억7650만명으로 중국 차이나모바일, 영국 보다폰, 인도 아리텔, 멕시코 아메리카모빌에 이어 세계 5위다.
특히 텔레포니카는 작년 순이익 813만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다섯 배가 성장했다. 2010년부터 디지털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온 결과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텔레포니카는 최근 '메타버스'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5세대(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에지컴퓨팅, 빅데이터, 드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을 구축해 전시·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혁신 추구하고 있다.
◇세계적 해커 출신 알론소 CDO “웹3.0 시대 도래한다”
2012년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트 텔레포니카 회장은 세계 최고 컴퓨터 보안전문가로 활동하던 화이트 해커 체마 알론소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전략 영입, 디지털전환 초석을 다졌다. 이후 텔레포니카는 지구촌 시민들이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술 혁신에 투자하고 있다.
알론소 CDO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제안을 거절하고 텔레포니카와 함께 디지털 전환 역사를 만들어보자는 알바레즈 회장 설득에 이끌려 마드리드에 자리를 잡았다”면서 “텔레포니카는 매년 거둬들이는 순이익의 16~17%를 디지털전환에 투자해 내·외부 혁신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G 환경에서는 텔레비전, 스마트폰, 차량, 각종 인프라 등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서 “텔레포니카는 내부 혁신과 함께 삼성, 틱톡, MS, 구글과 같은 파트너와 외부 혁신을 지속해 시민들이 새롭고 풍요로운 메타버스 세계를 누릴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론소 CDO는 '웹3.0'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읽고 쓰기'라는 웹 2.0 개념에 '소유하기'라는 새로운 가치를 추가한 웹 3.0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 보안기술이 핵심인 만큼, 세계적 '해커' 출신으로서 웹3.0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텔레포니카 통신망은 시민들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웹3.0 서비스와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망을 제공할 채비를 마쳤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 통신보안 환경을 기반으로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NFT와 암호화폐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텔레포니카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텔레포니카는 웹3 시대를 맞아 고객 스스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사업적으로 최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에 현지 JV 설립, 5G·광통신 사업 확대
텔레포니카는 90년대 후반 남미와 유럽에 진출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역량 있는 현지 기업과 손잡고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작년 6월 영국 리버티글로벌과 손잡고 5대 5 지분으로 JV '버진 미디어 O2'를 설립했다. 브라질에서는 텔레포니카의 브라질 브랜드인 '비보(VIVO)'가 브라질 최대 이통사로 자리잡았다. 스페인,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알론소 CDO는 “영국 버진 미디어 O2가 최근 브이엠웨어와 상당한 규모로 5G 가상화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텔레포니카는 독일에서도 알리안츠와 JV를 설립해 광통신 인프라를 확대 구축 중이며 최근에는 스페인보다 시장 규모가 다섯 배나 큰 브라질에서도 광통신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 최우선 과제, '2025년 탄소중립' 선언
약 100년 역사를 이어온 텔레포니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꼽았다. 지난해 '에코 스마트 솔루션'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870만톤이상 줄였다. 이는 1억4300만그루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다. 지속가능한 모델로 사회경제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텔레포니카는 고객사에도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알론소 CDO는 “텔레포니카는 파리협정보다 더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해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40년까지 글로벌 공급망 전체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로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여 탄소배출량을 70%까지 줄인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년 동안 텔레포니카는 트래픽이 6.7배 증가했음에도 에너지 소비량은 오히려 7.2% 줄었다”고 덧붙였다.
텔레포니카는 최근 2030년까지 친환경 설계, 수리,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순환경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고 자원순환 과정을 거쳐 공급망에 원자재로 재사용할 방침이다.
알롤소 CDO는 “텔레포니카는 작년까지 30만개 이상 휴대폰을 포함한 약 500만개 전자 장비를 재사용하고 폐기물 98%를 재활용했다”면서 “지속가능경영 성과로 8년 연속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기후변화(CDP Climate Change)' 부문 A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스페인)=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