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에 105억달러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미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과 '바이 아메리칸' 기조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신공장을 건설하고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먹거리 산업 관련 기술력을 확보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 55억4000만달러 규모 전기차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날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정의선 회장은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인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분야 미국 기업과 협업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대표 주자로 꼽히는 UAM 사업은 기체 제작과 빠른 인증을 위해 현지 항공 부품사와 협업이 절실하다. AI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 필요한 요소 기술로 미국이 선도하는 분야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현지 연구개발(R&D) 인력을 적극 채용해 기술을 고도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선도업체 테슬라의 안방인 미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 세계 2위 자동차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21.6% 증가한 148만9118대를 팔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재의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271만7937대), 유럽(128만1449대)에 이은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 3위(50만5988대) 지역이다. 전체 신차 판매량 대비 전기차 비중이 아직 낮지만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현대차그룹의 2030년 세계 전기차 판매 목표치는 323만대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144만대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일정 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만들어 공급할 계획이다. 같은 해 미국 판매 목표치는 84만대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4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전동화 라인 증설을 위해 3억달러(약 36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신공장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 비중을 5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충전설비도 50만기까지 늘리고 보조금을 기반으로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확충을 위해 자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추가 보조금 혜택을 주는 정책도 펴고 있다. 전기차 보급 초기에는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현대차그룹도 이에 대응해 공장 설립 등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교통 요충지인 브라이언 카운티에 신공장을 건설한다. 이곳은 16번 주간 고속도로가 지나가며 I-95, I-16 도로를 통해 260개 주요 대도시와 연결된다. 컨테이너 터미널인 사바나항과의 거리도 48㎞에 불과하며 철도 시설도 인접했다. 공급망 구축에 유리한 위치다.
기존 현대차그룹 생산시설인 기아 조지아공장과는 400㎞,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는 530㎞ 떨어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3개 공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부품 협력사, 물류 시스템 등 공급망을 공유해 관리할 예정이다.
비계열 부품사도 현대차그룹 신공장 건설에 발맞춰 약 10억달러를 투자한다. 조지아 주정부는 현대차그룹의 신공장 건설과 부품사들 투자로 8100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전기차 공장 투자 협약식 영상 인사말에서 “(조지아주 공장은) 제조 혁신기술 도입,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 미국에서의 첫 스마트 공장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생산 거점 투자 계획> ※자료:현대차그룹
*투자기간 평균 환율 전망치 적용한 한화 환산액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