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시 연간 8000개가 넘는 상품 판로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상공인과 중기 판로 확대를 위해 신규 T커머스 채널을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신 시장 경쟁 우려를 최소화하고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수료 상한제와 정률제 도입 등 허가조건도 제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중소·벤처기업 판로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과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재계와 학계는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온라인 판매를 뒷받침할 전용 플랫폼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발제자로 나선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T커머스는 소자본·소물량 입점으로 재고 부담이 적고 수수료도 낮아 중소기업에 적합한 채널”이라며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시 매년 8760개 이상의 상품을 새롭게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 T커머스 도입에 따른 과당경쟁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봤다. 홈쇼핑 한 곳에 입점한 중소기업은 평균 520개다. 홈쇼핑 17개 채널이 중소기업 상품을 시간당 1개씩 취급해도 연간 14만8920개 상품 소개에 그친다. 국내 중소기업수가 660여만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양방향 데이터 기반 T커머스 기술 활용도를 높인다면 입점업체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공공역할을 하는 TV홈쇼핑사도 T커머스 겸업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 참석한 이해관계자들도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이 T커머스를 겸업하면 중기 매출 증대뿐 아니라 전후방 연관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줘 생산유발 및 고용창출 등 경제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판로 확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 대기업 TV홈쇼핑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의 적기”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대표로 참석한 이혜전 HMJ코리아 대표는 “공공성을 가진 T커머스 채널이 신설된다면 판로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T커머스 신설이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를 해소하고 효율적 판로 확대를 위한 논의도 이뤄졌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판매수수료를 정률 운영한다면 중소기업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할 수 있다”고 했다. 라이브커머스 평균 판매수수료율 10%와 경쟁 가능한 수준의 정률제 수수료를 책정하고 직매입 물량을 늘려 해외 수출지원에도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서 밝힌 송출수수료 인상 우려에 대해서도 이정희 교수는 “라이브커머스, 모바일 등 방송채널 외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강화하면 송출수수료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