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첫 검증 무대다. 출범 3주째를 맞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할 경우 국정 동력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민간 주도 혁신성장, 지역 균형발전 공약 등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에 국회를 과반 이상 점유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선전하면 윤 대통령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국회와 지방정부·의회의 강한 견제 속 국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민주당 인천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는 자신의 당선 여부와 함께 5년 내내 윤 대통령과 '라이벌' 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투표독려, 선거관리 등에서 메시지를 내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여당이 앞서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칫 대통령에 대한 반감, 권력 견제에 대한 심리를 자극할 경우 선거에서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한·미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손실을 봐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소기업에 대한 손실보전금 지급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해 전날부터 지급된 것도 호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첫날 신청 대상자의 80.7%가 손실보전금을 받았다.
또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점유한 21대 국회 임기가 2024년 초까지지만,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하면 윤 정부 안정을 바라는 민심이 확인되면서 국정에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정권 재창출 실패에 이어 국민의 심판 여론이 여전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당내 혼란을 수습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야당의 견제 역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 정부는 나아가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 전반에서 문재인 정부 잔재를 지우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정부조직개편, 탈원전 폐기, 부동산 감세, 민간 중심 경제정책, 대북정책, 외교정책에서의 친미 강경노선도 탄력이 예상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공정한 접근성 △재정 권한 강화 △지역의 특화된 산업을 지역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하는 권한 등의 지역 균형발전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정치·경제인 사면 결단도 빨라질 수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번에 대통령을 교체한 것은 정권교체의 절반만 완성된 것이다. 정권교체의 마지막 완성은 지방 권력의 교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당이 압승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선전할 경우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은 암초에 부딪힐 수 있다.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높아지면서 민주당이 국회와 지방정부·의회를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에 강한 제동을 걸 수 있다.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세력에서 강력한 대안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인천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당이 선전할 경우 윤 대통령 '대항마'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굳건히 할 수 있다. 5년 내내 현안에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힘 있는 야당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과반 이상 득표한 10개 광역지자체 이상은 승리해야 여당이나 대통령실에서 국정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권력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