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IT, 레전드를 되살리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혁신과 과거 향수를 되새기는 레트로가 합쳐진 '뉴트로'(NEW+RETRO)가 겉모습과 달리 상호융합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트렌드다.

복고풍 패션과 뷰티 등 스타일 측면은 물론 최근 산업 발전을 거듭하는 콘텐츠 분야에서 이 둘의 융합관계는 보다 두드러진다.

엔터테인&에서는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레전드 아티스트를 소환해 조명하고, IT 활용 방향을 점검해본다.

◇동영상 플랫폼, 레전드를 재조명하다

사진=전자신문DB
사진=전자신문DB

일상에서 가장 빠르게 등장한 IT의 레트로 소환은 콘텐츠 플랫폼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구글 유튜브는 이용자별 취향 분석과 함께 다양한 신규 콘텐츠와 함께 과거 유사영상을 소개해 뉴트로를 이끌어낸다.

지난해 역주행을 기록한 브레이브걸스 '롤린', 2PM '우리집', 비 '깡' 등 신드롬이나 이른바 '탑골가요'로 꼽히는 과거 재소환 열풍은 단순한 과거 향수가 아니다. 이른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취향분석 구조에 따른 것이다.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티빙·웨이브·왓챠·시즌·쿠팡플레이 등 국내 대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과거 인기작 조명 또한 플랫폼마다 취향과 시청패턴 분석에 의한 큐레이션 서비스에 의한 것이다.

◇플랫폼에 자극받은 엔터, 콘텐츠 재해석으로 화답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유튜브와의 협업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론칭, 25년간 누적된 대표곡 뮤비들의 업스케일링 버전을 거듭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론칭간담회 당시의 모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유튜브와의 협업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론칭, 25년간 누적된 대표곡 뮤비들의 업스케일링 버전을 거듭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론칭간담회 당시의 모습.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동영상 플랫폼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변화와 함께 콘텐츠 자체 변화로도 이어진다. SM엔터테인먼트는 구글 유튜브와 공동으로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추진, 25년간 대표작 뮤직비디오를 매주 1개씩 업데이트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 SD형태 콘텐츠를 다시 업로드 하는데 그치지 않고, 최신 기술을 토대로 한 업스케일링 작업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로 보여준다.

플랫폼 동향과 트렌드에 근거한 '리메이크' 열풍도 돋보인다. 당초 레전드 아티스트 곡을 되새기는 헌정곡 형태로 많이 추진되던 리메이크는 플랫폼 취향 분석과 전문 기술을 통해 당대를 상징하는 음악에 모티브를 둔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 과거 유명곡을 소환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예약판매된 故 김광석 25주기 LP는 국내 최초 AI기술로 구현한 김광석 친필 서체로 만든 가사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부터 예약판매된 故 김광석 25주기 LP는 국내 최초 AI기술로 구현한 김광석 친필 서체로 만든 가사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진=스타위브엔터테인먼트 제공)

과거 저작을 고스란히 복원하는 콘텐츠 흐름도 있다. 지난해부터 1만장 한정수량으로 예약판매된 김광석 25주기 LP는 국내 최초 AI 기술로 구현한 김광석 친필 서체로 만든 가사지로 화제를 모아 매진을 기록했다. 드라마 OST나 리메이크로 다양하게 인기를 모았던 원곡 감동과 함께 IT로 구현된 고인 흔적을 간직할 수 있는 매력에 대중이 호응한 것이다.

◇홀로그램·볼류매트릭, 레전드 무대를 재현하다

플랫폼이나 리메이크와 함께 IT-레트로 만남이 가장 의미 있게 조명되는 곳은 무대다. 특히 고인이 됐거나 불의의 사고로 함께하지 못하는 아티스트를 IT를 활용해 무대나 콘텐츠로 끌어올리는 모습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2015년 10월 방송된 JTBC 히든싱어4 신해철 편은 고인의 음성데이터를 발췌해 완성한 보컬을 활용, 모창자들과의 대결을 완성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JTBC 캡처)
2015년 10월 방송된 JTBC 히든싱어4 신해철 편은 고인의 음성데이터를 발췌해 완성한 보컬을 활용, 모창자들과의 대결을 완성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JTBC 캡처)

2015년 10월 JTBC '히든싱어4' 신해철 편은 방송 직전해인 2014년 불의의 사고로 작고한 고인의 각종 음성 데이터를 발췌해 완성한 보컬로 모창능력자와 대결을 완성했다. 또 KT는 지난해 9월 자체 개발한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P-TTS)과 AI를 토대로 고인의 라디오방송 데이터를 활용한 '기가지니' 목소리를 완성, 화제를 모았다.

2020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 방탄소년단 무대는 당시 어깨부상으로 불참하게 된 멤버 슈가를 볼류매트릭 기술로 함께 배치, 글로벌 팬들을 놀라게했다. (사진=CJ ENM 제공)
2020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 방탄소년단 무대는 당시 어깨부상으로 불참하게 된 멤버 슈가를 볼류매트릭 기술로 함께 배치, 글로벌 팬들을 놀라게했다. (사진=CJ ENM 제공)

고인은 아니지만 2020년 어깨 부상으로 무대에 서지 못했던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를 볼류매트릭으로 소환한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2020 무대 또한 IT 활용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음성·영상기술이 집약된 레전드 소환 최종 단계는 홀로그램 콘서트다. 2016년 6월부터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펼쳐진 김광석 공연은 김광석과 닮은 대역배우와 밀랍인형 등을 활용한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실제 고인이 노래하는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음악 이상의 감동을 전했다.

김광석 홀로그램 공연. (사진=전자신문DB)
김광석 홀로그램 공연. (사진=전자신문DB)

또 지난해 9월 MBC에서 방송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홀로그램 콘서트 'Re;present' 등은 기존 홀로그램 기술에 더해 최근 IT와 콘텐츠 업계 화두 중 하나로 꼽히는 '디지털 휴먼' 기술을 채택, 당대 최고 레전드 아티스트 협주공연을 무대로 이끌어냈다.

IT를 통한 레전드 소환은 앞으로 더욱 계속될 전망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홀로그램 등 영상기술을 통한 무대구현은 팬데믹 시기 온라인 무대와 함께 그 수준이 더욱 높아진데다 버추얼 아티스트·디지털휴먼 등 콘텐츠 기술이 나날이 진보하면서 최신 트렌드는 물론 레전드 아티스트의 표현 또한 섬세하게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식 홀로그램 공연. (사진=전자신문DB)
김현식 홀로그램 공연. (사진=전자신문DB)

또 현재 엔터계에서 각광을 받는 대체불가토큰(NFT)이나 메타버스 기술은 대중을 콘텐츠 속으로 불러들이는 모습이다. 현재는 물론 과거 레전드들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대표 유형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