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부가 출범한 지 1개월이 되어 간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중소기업 관점에서만 보면 순항하고 있다. 특히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이후 첫 번째 야외 행사가 중소기업인대회였다는 점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역대 정부에서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정작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현안에 밀려나곤 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이 어떠한 모습과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중소기업계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그 시작부터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 직면해 있다. 지난 2년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는 개인 및 기업 파산이 급증하고 있으며, 조직자본 손실과 대면 서비스 제한에 따른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효과 등이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확장 및 금융확장 정책으로 말미암은 인플레 압력을 낮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공급 쇼크와 더불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로 원자재가격 등이 급등하고 있어 총수요 관리를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현안이던 소상공인 영업 손실 피해 보상은 국회에서 손실 보상을 위한 추경안이 통과돼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보상 이후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정상화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즉 코로나19 이후 출구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흐트러진 경제정책을 원위치로 돌리기 위한 '질서 있는 정책 정상화'를 도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정책 환경은 쉽사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둘러싼 악재는 쌓이고 난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내외 경제 여건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정책 추진에서 단기적으로 누적된 현안 과제 해결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혁신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중소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천방백계(千方百計), 이른바 천 가지 방안과 백 가지 계책이 요구된다.
천방백계의 시작은 국내 산업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는 일이다. 신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핵심은 국내 산업생태계를 안전하게 지키고 대내외 공급망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협소한 국내 시장만으로 중소기업이 생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20년 기준 중소제조업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에 불과한 가운데 이를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로의 편입 확대와 수출 규모나 대상 국가를 크게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주요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율이 55%로 미국 44%, 일본 45%, 독일 51% 등에 비해 높은 실정이기 때문에 생산 거점 분산 및 재배치와 리쇼어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산업생태계를 안전하게 보전하고 재구축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과 중소기업 간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이러한 협업의 시작은 최근 갈등이 증폭되는 납품단가의 합리적 조정방안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만큼 원자재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간 리스크 분담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납품단가가 원자재가격 변동에 연동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조정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원자재가격이 오르는데 납품단가 조정이 쉽지 않아 대기업-중소기업 간 갈등 요인이 되어 왔다. 지금과 같이 납품 중소기업에 원가 상승 요인을 전가하는 거래 관행은 공정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중소기업 혁신 역량 강화에 지원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시장 개입 축소에 비례해 중소기업 혁신 역량을 강화해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인프라를 재정비해야 한다. 중소기업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디지털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과 상식, 혁신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적어도 납품단가 문제, 기술탈취, 일감 몰아주기 등 교섭력을 남용하는 행위에 대한 확실한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스스로가 혁신 역량을 강화해서 중소기업이 어엿한 경제 주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중소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신속한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현장 경험과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영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imceo@innobiz.or.kr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은…
1958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조선대 정밀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텔스타홈멜을 설립하고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자동화 장비, 정밀 측정기 생산 등을 하고 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모범중소기업인상을 수상했고, 2020년부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2월 제10대 이노비즈협회장으로 취임해 협회 발전과 이노비즈 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주요 중소기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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