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에 참석한 오피니언 리더들은 유통산업 디지털 기반 변화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과열된 산업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비판도 제기했다. 특히 최근 상장을 준비 중인 유통 플랫폼사들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임춘성 정보통신미래모임 회장(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은 “최근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컬리가 일정상 지연되고 있다. e커머스 최초 국내 상장이라 컬리 상장이 잘못된다면 상당한 여파가 있을텐데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경배 섹타나인 대표는 “컬리의 경쟁력은 새벽배송과 가정간편식(HMR), 밀키트다. 이는 몇년 전만해도 상당히 생소했지만 지금은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었다”면서 “마케팅 비용 지출도 많다. 스타트업 대부분이 초기에 투자받고 과도한 마케팅비를 쓴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우려도 내보였다. 임 회장은 “컬리가 고객 입장에선 편의성을 크게 증대시켰지만 산업의 일반적인 논리 구조에서 함정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컬리 상장이 어려울 경우 투자적인 시각에서 (e커머스 업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영흠 잉카인터넷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대성장기에는 홈페이지만 만들어도 상장을 했다. 그러나 긴축으로 돌아서니 버블이 수면위로 올라왔고 실질적인 이익을 내는 곳만 살아남았다”며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적자인 상황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미래가치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 회장은 “신세계나 롯데 등도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서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 야구 용어 중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가 있다. 대체선수보다 얼마나 많이 팀 승리에 기여했는가를 보는 수치다. 유통 디지털 커머스는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방향으로 사업을 끌고 나가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산업에 대한 규제보다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전현경 데이타소프트 대표는 “플랫폼이 마치 부정적인 것처럼 정책적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가이드가 뚜렷하지 않다. 조각투자도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비즈니스인데 규제보다 성숙한 토론으로 정책 방향을 만들어내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준희 유라클 회장도 “미래산업은 정책적 무관심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조 회장은 “뮤직카우의 경우 최근 1000억원을 유치했다. 제도권으로 안착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보정 절차를 거쳐 하나의 산업으로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는 “한국이 요즘 문화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기가 충분한 기회라고 본다. 라면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하고 있고 K-컬처가 유행처럼 번진다”며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진출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경배 대표는 식품 부문에서 글로벌 진출은 사실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물류비나 유통 비용을 따진다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공장을 현지에 구축하려면 판매 캐파가 생각보다 저조한 경우도 있다”면서 “식품은 더욱 쉽지 않은 분야”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
박효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