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대한민국에 푸른 전자 포도를 심는다

무빙 이상명 대표
무빙 이상명 대표

새로운 산업의 등장은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작용은 '동반 성장'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닷컴 포털이 그러했고 스마트폰 시장도 생태계 지도를 다시 그렸다. 또 플랫폼 업계의 성장으로 바로고를 비롯한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산업의 등장이 동반 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모빌리티 산업이 그 예다. 13만대 바이크 시장은 10년 동안 판매 정체를 겪었다. 배달 산업의 발전으로 2020년이 돼서야 소폭의 반등을 맞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PCX/NMAX'와 같은 일본산 바이크의 굉음과 매연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왜 모빌리티 시장은 배달 산업과 동반 성장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혁신을 비껴갈까. 가장 큰 이유는 시장 규모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륜 바이크의 연 판매 대수는 10만여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88%는 배달용으로 판매, 사용되는 B2B시장이다.

또 다른 이유는 환경의 경직성 문제다. 제품과 유상운송보험이 결합하면서 배달용 모빌리티의 판매 주체와 소비 주체가 지나치게 파편화됐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식, 이른바 '주먹구구'식 거래 관습과 뒤엉켜 산업 발전을 저해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 배달용 모빌리티 시장에 조용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신규 유입 라이더 중심으로 '전기 모빌리티'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기종에 대한 민감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도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친환경 운송 수단 확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기 모빌리티 시장 훈풍 속에 'B2B 모빌리티 플랫폼'을 표방한 '포도'(podo)도 등장했다. '포도' 서비스의 하나인 '포도 모빌리티'는 초기 포지셔닝부터 배달 환경에 최적화된 경형·소형 바이크를 겨냥했다. 국내 환경에 맞는 펌웨어 최적화로 상품성을 강화했다. 사용자의 충전 방식도 맞춤화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사용자에게는 충전형 방식, 하루 주행거리 150㎞ 이상의 고사용자에게는 교체형 충전 서비스(BSS)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의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춘 것이다.

'포도'에서 가장 눈여겨볼 서비스는 '포도 프렌즈'다. 배달대행 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등 B2B 고객을 위한 바이크 리스 관리 통합 플랫폼이다. 구매 및 이력 관리 편의를 제공하며, 전기 모빌리티의 가장 큰 문제인 사후서비스도 대폭 개선했다. 안정적인 AS망을 구축하기 위해 60곳에 이르는 네트워크사와 협력하고 있다. 포도 프렌즈가 모빌리티 산업의 저해 요소를 해소하는 데 앞장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도 서비스 운영사인 '무빙'은 최근 60억원의 프리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는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대한 의심과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전기 모빌리티 산업의 훈풍은 전체 모빌리티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빙의 포도알로 엮은 전기 모빌리티 인프라가 거대한 포도나무가 되어 국내 모빌리티 시장 환경을 감싸 안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무빙 이상명 대표 rlee@mooving.co.kr